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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귀스타브 쿠르베_세상의 기원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승인 2017-02-08 00:03
오늘날 우리는 TV나 영화 그밖에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여성의 아름다운 육체를 감상한다. 유려한 곡선의 S라인과 풍만한 가슴과 골반, 윤기가 흐르는 피부는 그 자체로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때문에 예술에서 여성의 누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다뤄진 주요 소재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체란 무엇인가. 왜 날씬함과 풍만함을 갖춘 체형만이 예술로 다뤄져야 하는가. 여성의 음부는 왜 그려서는 안 되는가.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는 이러한 진보적인 의문을 당대의 예술계에 던졌다.

여성의 성기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한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은 당대에 큰 충격을 줬다. 작품 속에는 모델의 예쁜 얼굴도 없고 아름다운 육체도 없으며 오직 성기만이 존재한다. 당대로서는 금기시되어 있던 음모의 표현과 더불어 노골적으로 그린 여성의 성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듯하다. 감상자는 리얼하게 그려진 여성의 성기에서 음란함을 느끼기보다는 지나친 현실감에 불편함 혹은 당혹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는 이전의 누드화들이 성기를 가림으로써 오히려 에로틱함을 강조하고 귀족들의 성적 욕망을 교양있게 포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쿠르베는 <세상의 기원>을 통해 이전까지의 관습과 허례허식을 비판했던 것이다.

▲ 미역 감는 여인들, 1853, 쿠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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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 감는 여인들, 1853, 쿠르베

1853년 살롱전에서 쿠르베 최초의 누드화인 <미역 감는 여인들>이 출품됐다. 반응은 끔직했다. 우선 그림이 어떠한 이상도 종교적 상징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였다. 그 그림은 단지 미역을 감는 여인일 뿐이었다. 둘째로 두툼한 여인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성성을 강조한 날씬한 누드가 아닌 강인한 여성성을 포착해 그렸다.

동시대 화가 들라크루아는 이 누드화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으며 이 그림을 감상하러 온 나폴레옹 3세는 우산으로 그림을 내리쳤다는 일화도 있다.

쿠르베가 이처럼 여성의 육체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데는 그의 예술철학이 담겨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그리겠다는 ‘사실주의’의 선구자였던 쿠르베. 그의 철학은 “천사를 그리기 위해서 천사를 데려와 달라”라는 한마디에 잘 나타나있다. 이전까지 회화의 목적은 성서의 내용이나 신화 혹은 영웅들의 활약상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많은 상징물이 사용됐고 엄격한 균형과 절제된 표현 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회화의 소비자 또한 귀족과 성직자가 대부분이었다.

쿠르베는 그러한 관습을 거부한 화가였다. 그림 속에 민중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냈다. 두툼한 지방층의 여성도, 여성의 성기 그 자체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많았던 그의 작품들을 통해 예술의 저변은 확장되었고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것을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사실주의 사조가 성행하게 되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세상의 기원, 1866, 쿠르베
▲ 세상의 기원, 1866, 쿠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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