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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최대 가계빚 '풍선효과' 살펴야

  • 승인 2017-05-23 16:07

신문게재 2017-05-24 23면

가계부채 증가폭이 지난해 4분기 46조원에서 올해 1분기 17조원대로 떨어졌으나 전체 규모면에서는 사상 최대치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23일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3월 말 1359조7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로 은행, 보험, 대부업체, 공적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까지 합친 금액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말 1342조5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조1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작년 1분기 20조6천억원에 비해 3조5천억원, 작년 4분기 46조1천억원에 비해선 29조원 가량 줄었다. 하지만 통상 1분기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이사 수요 감소, 연말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으로 둔화하는 경향이 있어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일 뿐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금융권 대출이 큰폭으로 늘고 있는 것은 불안 요인이다. 올 1분기 예금은행 대출은 618조5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1천억원 느는데 그쳤지만 비은행예금기관 대출은 298조6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조4천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1분기 7조6천억원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지만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은행권에 대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자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대출의 질은 악화되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올 연말 쯤이면 1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것을 무작정 막을 수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경제부총리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내정하는 등 경제팀을 꾸렸다. 새 경제팀은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와 소득 양극화, 소비침체, 저성장 등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엄중하고 쉽지않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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