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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립유공자는 “3대 흥하면” 안 되나

  • 승인 2017-08-14 16:15

신문게재 2017-08-15 23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진실처럼 치부돼 왔다.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그 대구를 이룬다. 이 모순된 현실이 72주년 광복절이 되도록 여전한 것은 우리 사회가 독립운동과 친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한 탓이다. 보훈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이 말을 상기시키며 독립유공자는 3대까지 예우받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독립유공자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예우를 다하겠다는 뜻이다.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선정된 독립운동 서훈 대상자는 1792명인데 실제로 서훈이 전달된 사례는 그 이전까지 합쳐 390건에 그친다.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하려면 더 늦기 전에 유공자와 후손 찾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다음 할 일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확실한 예우다. 해방 뒤 들어선 이승만 정부가 친일파는 처단하고 항일운동에 대해서는 서훈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광복 72주년이 되도록 시기를 놓쳐 유족 찾기가 어려워졌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1994년에 분리됐다. 예우법을 조금이라도 일찍 만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보훈정책을 1962년에야 개시한 것도 일이 흐트러진 결정적인 원인이다

초기 대응을 놓친 이유만은 아니다. 법에 보장된 예우 역시 허점이 많다. 손자녀 1명에게만 주도록 한 독립유공자법 1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불구하고 4년이 넘도록 위헌요소가 고쳐지지 않는 점이 그 예다. 보훈 문화 확산을 외치기 전에 이런 불합리한 요소부터 개선해야 한다.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하고 후손들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권의 외눈박이식 역사인식 때문이다.

다행히도 현 정부는 국가를 위한 헌신에 보답하는 나라를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앞서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실태를 꼬집은 바 있다.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의 현장을 폭넓게 발굴하는 것과 함께 보훈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찾아보고 살펴야 한다. 2년 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친일청산의 중요한 기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독립운동하면 대대로 흥한다는 말이 탄생한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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