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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살충제 계란, 정말 먹어도 되나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 승인 2017-08-23 11:21

신문게재 2017-08-24 22면

살충제 계란 파동에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한다. 8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치솟은 계란값은 산란계가 6700만 마리로 AI 발생 직전의 6900만 마리 수준을 거의 회복하면서 수급 여건이 호전되고 있었다. 그러다 난리 아닌 난리가 터졌다.

단순하게 보면 수급, 즉 수요와 공급에서 파동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저렴한 계란을 원하는 소비자에 맞게 공급자가 공장식 밀집사육을 한 것이다. A4용지(0.06㎡)보다 작은 케이지(0.05㎡, 25X20㎝)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 대폭 늘렸다. 미국, 중국, 호주 등과 FTA를 체결하면서 생산비용 절감과 가격 경쟁력에 맞추다가 심화된 일이기도 하다. 구제역과 AI의 성격도 이와 유사하다.

여기, 생태계의 정점에 인간이 있다 하자. 아래에 개와 고양이, 그 아래에 비둘기나 닭, 오리가 자리한다. 또 밑에는 파리와 모기가 있고 맨 아래에 진드기, 세균, 진균, 바이러스가 있다. 아래 단계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백수의 왕인 사자도 모기에 물려 심장사상충에 감염되면 목숨을 잃는다. 닭도 아랫것들이 무섭다. 놓아기르는 닭은 모래를 몸에 뿌리거나 하여 스스로 진드기(와구모)를 퇴치한다. 곤충의 신경계와 근육을 극도로 활성화시켜 죽이는 피프로닐을 쓸 이유가 없다. 특이하게 계란 파동 국면에서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발암물질 살충제인 DDT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DDT는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이다. 지금 생리대 발암물질이 논란이지만 케미포비아(화학약품 공포)는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암컷끼리 쌍을 이룬 동성연애 바닷갈매기를 발견했다. 알고 봤더니 DDT 사용으로 수컷 바닷갈매기가 화학적 거세를 당해 여자친구에 무관심해지며 생긴 사단이었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유형은 다르지만 살충제 위험성의 단면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잔류 농약 외에 유전자 조작, 항생제, 유기오염물질, 중금속, 방사선에 노출된다. 허용치가 물론 있다. 그러나 계란을 하루에 126개까지 먹어도 괜찮고 이유식을 먹고부터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하루 2.6개씩 먹어도 좋다고 식약처가 발표한다고 안전해지진 않는다. 이미 폐기한 계란은 무엇이며 부적합 판정 농장은 또 무엇인가. 대한의사협회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 했다. 섭취 한 달이 지나면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이 대부분 체외로 배출된다는 시나리오는 에그포비아(계란 공포증) 극복에 미흡했다. 장기적으로 만성 독성이 나타나는 임계점을 놓친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먹거리 제품은 수급이 사람 심리에 좌우된다. 어떻게 판명이 났든 우지라면(1989년), 쓰레기만두(2004년), 벌집 파라핀 아이스크림(2014), 가짜 백수오(2015) 사태에서 학습한 그대로다. 제빵업체가 계란 대체재 찾기에 나서지만 살충제 계란을 대체할 것은 싱싱한 계란이다. 계란시장은 1조2000억원을 넘어 에그 머니(egg money)로 불릴 정도지만 계란 유·무해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의 대가는 돈으로 환산이 어렵다.

이번 살충제 계란 소동으로 외식업에 피해를 주고 증시에서는 제빵주에 일시 타격을 입혔다. 동물백신주에 반사이익 기대감이 반영되지만 테마를 형성하기엔 주가 변동성이 제한적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때도 전체 1000 중 2.2나 된다. 국내 연간 계란 생산량이 135억개를 넘으며 국민 1인당 평균 268개를 먹는다. AI 발생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살처분으로 가격이 유지되는 식의 비정상은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살충제 계란 이후의 수요와 공급은 결국 정부의 신뢰 회복에 더 많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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