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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를 아시나요?]자리틀과 고드랫돌-방직기술의 뿌리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팀장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팀장

  • 승인 2007-10-23 00:00

신문게재 2007-10-24 21면

요즈음은 기계화ㆍ산업화에 밀려 찾아보기 힘들지만 수년전만 해도 시골의 큰 느티나무 아래나 사랑방에서 우리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왕골이나 밀짚으로 새끼를 꼬며 자리 짜기에 열중하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자리틀은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긴 장대에 적당한 간격을 홈을 파고 양옆을 디딤대로 받쳐 만든다. 여기에 왕골자리를 짤 때는 삼 껍질로 꼰 삼실을, 밀짚방석을 짤 때는 가는 새끼줄을 걸어 한줄 한줄 정성들여 곱게 엮어 짜내었다.

고드랫돌은 삼실이나 새끼줄을 자리틀에 걸 때 나름대로 생각한 자리의 길이에 맞도록 삼실이나 새끼줄을 감아 공급하면서 탄력을 유지하여 고르게 엮기 위해 매달아 놓는 것이다. 이 고드래는 나무, 쇠, 도자기, 돌 등으로 자리의 특성에 맞도록 고안되어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긴 장대는 날실걸이인 동시에 잣대 역할을 하며, 고드래에 감긴 실은 날줄이 되고 그 위에 놓이는 밀짚이나 왕골은 씨줄이 되어 자리를 엮어 내는데, 이것은 방직의 기본원리와 다름 아니다. 이 기본원리가 베틀에 적용되고 오늘의 방직기의 바탕을 이룬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이 작은 생활 과학 원리들이 현대 산업의 바탕이 되고 있음을 깨닫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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