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일요일이었던 2001년 3월 4일 3시 47분 새벽에 서울 홍제동 다가구 주택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아들이 저 안에 있어요!” 다급한 구조요청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불길이 채 잡히지도 않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대원들이 수색하던 도중 3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 소방수를 흡수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갑자기 무너졌다. 순식간에 덮친 건물더미에 9명의 대원들이 갇히게 됐다.
당시 현장에는 도로 불법주차 차량으로 중장비가 진입할 수 없었고 차선의 여지가 없었던 대원들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무너진 콘크리트를 꺼내며 필사의 구조를 했다.
하지만 3명의 중상자와 6명의 주검을 안아야 했다.
그날의 화재는 “왜 늦게 다니냐”는 꾸지람을 들은 아들이 어머니를 때린 다음 생활정보지에 불을 붙여 자신의 방과 어머니의 방에 차례로 불을 지른 것이 시발점이 됐다.
화재범으로 지목됐던 아들은 이미 몸을 피했고, 그 아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소방관들은 불구덩이에 묻히게 된 것이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둔 1년차 소방관과 20년차 소방관 등 6명의 대원이 순직했다.
사고 후 소방관들의 가장 큰 소원은 낡은 사다리를 바꾸는 것이었다고 했다.
운명을 달리한 그 때 그 소방관들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묻는 것 같다.
“거기는 어떻습니까? 달라졌겠죠?”
작년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한 소방관이 검게 그을린 손으로 쓰린 눈을 닦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연인 즉 5월에 있었던 경기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사건 당시 찍힌 것으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후 잠시 숨을 돌리던 소방관의 짠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 밑에 달린 자유게시판이었다. 현직 소방관들의 애환이 하나 둘씩 쏟아졌고 게시판은 삽시간에 뜨거워 졌다.
“화재진압장갑 6개월 쓰면 너덜너덜해지는 데 3년째 지급이 안돼서 외국 사이트에서 사비로 구입해서 쓰고 있다.”
“신발지급 요구하니 예산이 없어 2년이 다 돼도 지급이 안 되고 있다”는 애로사항이 봇물 터지 듯 이 터졌는가 하면 장갑브랜드와 판매처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이나 별만 달라진 것 없는 소방관들의 처우에 숙연해 진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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