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교육의 대학 입시 종속화를 벗어나야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원 소장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원 소장

  • 승인 2017-06-20 15:38

신문게재 2017-06-21 22면

▲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원 소장
▲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원 소장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 중 시급하지 않은 것은 없고, 그 중요도 또한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개혁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시기에 그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미래의 문제는 단순히 미래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현실을 결정하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미래의 주역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교육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획일화·표준화된 교육 기준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는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이는 다양한 인재와는 다른 것이다. 즉,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다수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사회라기보다는 많은 수의 인재의 존재가 시급했던 것이다. 이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획일화된 교육과 대학 졸업이라는 표준화된 기준 요구라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한 인재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한국 사회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도성장을 목표로 모두가 한 곳만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다른 시각을 가진 존재는 동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성장 자체에 대한 의심마저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의 대학 입시 종속화 현상이란 현상의 옳고 그름을 여기서 논하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시기를 거치며 교육에 나타난 특징에 대한 문제 제기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교육의 대학 입시 종속화”이다. 즉, 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현상인데, 이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교육과 대학 입시 중 어떤 것이 더 큰 범주인가에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육이 더 큰 범주임에도 현실은 교육보다 대학 입시를 더 큰 범주로 여기는 듯하다. 대학 입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육 전체를 개혁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 전체가 ‘범주 혼동의 오류’에 빠져 있는 셈이다.

대학 입시는 교육의 하위 범주일 뿐 대학 교육 역시 큰 테두리의 교육 중 일부일 뿐이다. 현재의 체계로 설명하자면 대학 교육은 ‘고등교육’에 해당하며, 중·고등학교를 아우르는 ‘중등교육’을 이수하고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을 열어 주는 것이다.

당연히 교육, 특히 중등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대학 입시’를 다룰 수는 있지만, 대학 입시 개선이 곧 중등교육의 논의일 수는 없다. 아니, 대학 입시의 문제가 중등교육 논의 전체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시 당연히도 중등교육 나아가 교육에 대한 논의와 대학 입시에 대한 논의는 독립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특히 중등교육과정에 대한 논의 속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많은 학생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고등학교 학교 교육 정상화 논의가 대학 입시와 독립적으로 논의되지 못하는 점은 무척 유감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부족한 것은 그만두고서라도 대학 입시 제도의 개선이 중·고등학교 학교 교육 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토론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더욱 심각한 일이다.

결국, 교육의 대학 입시 종속화를 벗어나야 학교 현장의 교육을 큰 틀에서 수정하고, 개혁적인 성향의 정책을 내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도 결국은 대학 입시에 손을 대는 것은 그것이 교육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문제라거나 자신의 교육적 신념과 철학이 중요해서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그 선전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학교, 특히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한 기관이 아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과는 별개로 고등학교는 고등학교가 할 수 있는 교육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실천·실험해야 한다. 그것은 대학을 진학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원 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