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위기

최병욱 화학생명공학 교수

최병욱 화학생명공학 교수

  • 승인 2017-08-07 09:17

신문게재 2017-08-08 22면

▲ 최병욱 화학생명공학 교수
▲ 최병욱 화학생명공학 교수
언제부터였던가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것이 무엇인지, 경제발전에 긍정적일 것인지에 대하여 갑론을박하는 모습이 있다.

그러함에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빅데이터, 초연결 등이 될 것이다. 어쨌든 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우리가 그리는 미래사회는 생산성이 크게 증대되고 다양한 정보를 쉽게 공유하여 일상생활의 편안함을 제공하고 사회가 함께 인류공동체로서 번영하는 것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든 아니든 미래사회의 산업은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나의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산업은 이제 없다. 기술과 기술 간의 융복합이 이루어지고, 그 기술이 사회와 연결될 때 의미 있는 기술로 정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회는 복잡하고도 도전적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자 동시에 사회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기관이다. 청년실업 및 취업난이 심해지는 요즈음 대학은 학문 탐구 기관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공하여 대학경쟁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아울러 단순하게 취업역량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미래 산업 변화에 기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문제해결 역량이나 창의력을 높이는 고차원적인 프로그램 제공에도 크게 힘쓰고 있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하는 대학이 지금 위기다.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제일 먼저 이야기되는 것이 급격한 입학자원의 감소이다. 2019년 이후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많은 대학이 미충원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2017년 대학입학정원은 51만이었고 고교 졸업생 중 대학 진학 희망자는 52만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47만, 2023년에는 39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하나 대학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사회가 대학교육에 대해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나 2007년 경총은 신입사원의 업무수행 만족도가 C학점으로 불만족스럽다고 하였으며, 대졸 신입직원 재교육에 20개월 이상 걸린다고 불만을 나타내었다.

나아가 2013년 발간된 대한상공회의소의 ‘100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문성’(Specialty), ‘창의성’(Unconventionality), ‘도전정신’(Pioneer), ‘도덕성’(Ethicality), ‘주인의식’(Responsibility)을 갖춘 수퍼(S.U.P.E.R)맨의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학 졸업생은 기업(사회)이라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창의성, 도전정신도 갖추어야 하며, 사회구성원으로 책임감을 다할 수 있는 인성도 갖추는 진정한 슈퍼맨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를 대학이 앞서가며 대학교육에 반영하여야 하나 대학이 이를 해결해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 해결이 어려운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들어 대학의 재정적인 어려움 또한 매우 심각한 원인 중 하나다.

2009년 이후 9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금을 없애고, 입학전형료도 인하하고 있다.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사회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대응은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미래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재정적 투자 또한 분명히 필요하나 대학은 그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대학의 위기를 대학 혼자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 중앙정부 모두가 커다란 숙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미래 혁신의 주체가 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토론이 필요하다.

최병욱 화학생명공학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