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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룡의 세상읽기] 리더의 침묵

입력 2017-09-06 17:00
신문게재 2017-09-07 23면

▲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지금은 존재감조차 미비해져 버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정치계 데뷰는 화려했다.

전국민에게 무료 컴퓨터 바이러스백신을 배포했던 벤처사업가는 한 방송프로에 나와 세계적인 보안업체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지만 당당히 거절했던 일화를 비롯해 자리나 돈에 연연하지 않은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세련되진 못했지만 어눌한 부산 사투리로 소신있게 탄탄하게 자리잡은 기업을 일궈낸 그의 스토리는 고단한 소시민의 삶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여 줄 것 같은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새정치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두 번의 유력 대선주자에서 이제는 존재조차 미비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그의 침묵이었다.

아직까지 누구도 이해할지 모르겠는 그만의 ‘새정치’도 여전히 명쾌한 설명이 없었지만, 그는 늘 중요한 사안때마다 속시원한 설명없이 즉답을 피했다.

행동은 안하고 간만 본다며 ‘간철수’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는 지난 대선에서는 ‘MB아바타’라는 별명이 싫었던지 TV토론회에 나와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내가 MB아바타인지 아니냐”인지를 졸라 결국 문 후보의 입을 빌어 공식적으로 “MB아바타가 아니다”라는 인증을 받고 매우 흡족해 했다.

정점을 찍었던 국민의당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며 ‘도의적 책임’만을 선택하며 기꺼이 당의 공멸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원래 그런 사람인건지 그가 대중과의 소통을 닫아 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몰락은 바로 자신이 침묵을 택한 순간부터이지 않을까싶다.

개학한지 얼마되지 않아 대전교육계가 또 다시 시끌시끌하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했던 조리원이 ‘양잿물’로 알려진 수산화나트륨을 주원료로 하는 강력세제로 국솥 등을 닦아왔다고 고백해 학부모이 경악했는가 하면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방학 기간 중 천장제(석면텍스) 교체작업 뒤 석면이 검출돼 1주일 이상 개학이 연기되기도 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전교육청은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학교 영양사와 조리와 전원에 대해 사실 여부를 조사 하고 모든 학교 급식실을 친환경 세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석면 철거작업을 진행한 34개 학교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대처가 틀린 것도 아닐텐데 여전히 지역교육계는 대전교육청의 대처가 미진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조희연 교육감이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이 나오자 즉각 특별감사를 벌여 교장과 교감·생활지도부장을 해임하고, 여교사가 제자와의 성관계 혐의로 구속된 경남교육청은 박종훈 교육감이‘성관련 사건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영원히 트라우마로 남을 세월호 사태에서 여전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 즉 ‘사라진 7시간’이다.

그래서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전임 대통령의 주 근무지였다는 관저 근무를 없애고 여민관으로의 출ㆍ퇴근이었다. 더 이상의 컨트롤 타워 부재는 없다는 대내외의 선포였던 셈이다.

교육계가 사안이 터질때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부재를 찾는 것은 단순히 대전교육감과의 힘겨루기나 교육감 망신주기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교육계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의 혹시나 있을 사고가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재발방지에 대한 다짐이며 이 같은 혼란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얼마전 안철수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적진에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고, 적진에서 제일 나중에 나올 것이며, 단 한 명의 동지도 고난 속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는 선출 소감을 밝혔다.

오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연 탓인지 선출 소감마저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리더의 침묵은 금이 아니다.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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