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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함께 하는 식사의 행복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09-22 00:00
식사
게티 이미지 뱅크


얼마 전 전에 함께 일을 했던 지인과 연락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서 안부를 묻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반갑기도 했고 또 만나 뵙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제 식사 한번 같이 하자"는 말로 통화를 끝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언제 식사 한번 하자"는 말에 바로 약속을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언제 함께 식사를 하자'는 것이 정말 식사를 하자는 것일 수도 있고, 또 그냥 인사치례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를 아마도 수없이 많이 겪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지만,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참 많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때로는 반갑고 고맙고 그리운 사람들이 모여 밥을 같이 먹을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직장의 회식과 같이 어떤 계기를 갖고 다소 '의무적'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에게 '함께 식사하는 것'은 정말 숨어 있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 함께 공유하고 나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밥'을 같이 나누고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함께 식사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와 '나'를 동일시하고 같은 동지로서의 '끈'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개인적 차원에서 지인과 동료와 함께 밥을 먹는 것도, 그리고 국가적 행사나 외교사절들의 '오찬'과 '만찬'이 갖는 중요한 의미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같이 밥을 먹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이르기까지 참 중요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면서 또 무리를 지어 사회라는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도 늘 함께 밥을 먹는 것이 기본이었고 또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결혼식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생일이나 아이의 돌잔치, 환갑, 진갑, 고희 등등 개인적인 기념일에도 우리는 함께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누가 돌아가셔서 상가에 가더라도 우리는 함께 밥을 먹습니다. 이렇게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릴 적 내 어머님은 늘 가족이 다 모여야만 밥을 주셨습니다. 혹시라도 아버지의 퇴근이 늦으시더라도 우리 형제들은 늦은 시각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셔야만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밥은 모든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하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고, 나 역시 그 말씀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유학과 결혼으로 형제들이 독립을 하고 각자의 가정을 꾸리면서 이 어머님의 원칙은 지켜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 생활의 변화로 이제는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어느 특정한 날이 아니면 어렵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매일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가정을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듯이 '혼술'과 '혼밥'을 주제로 한 방송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습니다.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개인 식탁을 마련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밥 먹는 법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점차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내 경우는 혼자서 밥을 먹는 것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유학을 가기 전까지 혼자서 밥을 먹은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만약 혼자 밥을 먹어야한다면, 차라리 굶는 것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혼자 유학을 떠나서 밥은 원칙적으로 혼자 먹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당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고 어색해서, 배가 고파 밥을 먹어야만 한다면 대충 적당히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해결하였고, 결국 그것이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나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습니다.

혼밥을 못하는 습성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아직도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보직을 하는 동안에는 우리 직원분들이 너무나 감사하게도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혼밥의 어색함을 겪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분들과 함께 점심을 하면서 업무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제 보직을 그만 두고 나서 다시 혼밥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색하고 싫은 혼밥을 극복하려고 얼마 전부터 도시락을 주문해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혼자서 식당에서 밥을 먹는 어색함은 해결했지만, 여전히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새삼스럽게 '같이 먹는 밥'의 즐거움과 행복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혼자'보다는 '다 함께'하는 밥, 이것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은 모든 분들이 이해하실 것입니다. 물론 때로는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식사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정말 행복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말이 되면 세 식구 밖에 안되는 가족이 다 모입니다. 주중에는 각자의 생활을 하지만 주말이면 다 함께 모입니다. 그리고 늘 가족이 다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과식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가족이 다 같이 함께 하는 식사가 즐겁습니다.

이번 주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행복한 식사 어떠신가요?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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