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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AI와 인간이 뒤섞여 사는 미래를 대비하자

입력 2017-09-25 08:13   수정 2017-09-25 09:09

양성광관장
양성광 관장

언젠가 낯선 곳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머리가 하얘지는 것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딘가 연락해야 할 것 같은데 공중전화도 보이지 않았다. 젊었을 땐 전화번호 20여 개는 거뜬히 외웠었는데, 이제는 오직 한 개, 아내 번호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면서 암기 능력이 떨어진 점도 있으나, 휴대전화, 계산기와 같은 전자기기의 도움을 점점 더 많이 받다 보니 암기력은 물론 계산력도 점차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종의 인간과의 경쟁에서 이겨 유일한 인간종으로 살아남은 것은 기억, 학습, 의사소통하는 인지능력 덕분이라 하는데, 최근 AI(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지능력이 호모사피엔스를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종, 기계 인간이 출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기우일까?

AI는 암기력뿐만 아니라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의사 결정력까지 갖추고 스마트홈으로, 자율주행차로, AI 비서 빅스비 또는 알렉사 등으로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 오고 있다. 예전에 도구와 數, 컴퓨터를 먼저 사용했던 사람들이 경쟁에서 이겼던 것처럼 머지않아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경쟁우위를 점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아마 10년도 못 가 회의장에서 AI 비서를 옆에 놓고 회의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I의 능력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등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문제는 AI를 개인비서처럼 부리려면 인간이 AI가 장착된 휴대용 전자기기와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가에 달렸는데, 다행히 요즈음 AI 기술 중에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자연어 처리 분야가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으므로 AI 비서와 친구랑 대화하듯 소통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최근에는 전자통신연구원이 영어 강의 등 다른 나라 언어를 한국어로 동시에 통역해주는 AI를 개발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조금 지나면 더는 외국어 때문에 외국인과의 비즈니스 자리에서 주눅이 드는 일은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핀란드어와 한국어같이 사용자가 적어 빅데이터가 부족한 언어 간 통역도 시간이 지나며 빅데이터가 모이면 별 어려움이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AI는 UN 총회와 같은 다자간 회의에서도 혼자서 모든 언어를 동시에 통역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인지능력 덕분인데, 이처럼 AI가 사람보다 더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추고 사람의 영역을 침범해 오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물론 사람이 AI와의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가올 미래는 AI를 장착한 기계와 인간이 뒤섞여서 일을 나누거나 협업하는 사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공상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고르게 분산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얼리어답터인 사람들은 이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에 살고 있으나, 아직도 2G 폰을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제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무는 것이다.

요즈음 일부러 기계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인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시대를 거슬러 사는 것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미래의 변화 방향을 알고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게임에서 등급이 높은 아이템을 획득한 적과 싸우는 것처럼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다빈치연구소의 토머스 프레이 소장은 2030년까지 20억 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 하였다. 자동화에 따라 과거에는 저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겼으나, 다가올 미래에는 AI의 확산으로 의사, 변호사, 주식 애널리스트 등 모든 전문분야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드론이나 3D 프린팅과 같은 혁신기술이 그보다 많은 차세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어 그리 걱정할 일은 못 된다. 문제는 내가,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변혁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 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꿈꾸는 대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본다.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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