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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피해 극복 태안여행

<임병안 기자의 발도장 2>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17-10-03 05:05
유류피해 극복 태안여행



충남 태안, 거리상 가까운 곳인데도 찾은 횟수는 ‘먼 곳’ 이었던 곳을 지난달 찾았다. 기자가 찾은 날은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식’을 위해 만리포해수욕장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를 뜻깊게 생각한 것처럼 기자 역시 당시 사고는 몸과 머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중도일보 기자로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을 때 2주가량 이곳에서 기름 닦으며 취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유조선에 흘러나온 기름이 서해안 전역에 퍼졌고, 특히나 태안 앞바다에 오염이 극심해 자원봉사 하는 분들 중에서 휘발성 냄새에 구토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백사장은 기름의 검은 모래가 됐고, 조약돌이며 가마우지 등 온전한 게 없었다. 심지어 재난상황에 정부의 대책과 보상에 분개한 나머지 분신하는 주민까지 왕왕 발생할 정도로 참담하면서도 험악한 상황이었다.



대전에서 태안을 찾는 길은 일단 도로부터 편리해져 당진~영덕간 고속도로를 통해 예산까지 이동 후 확포장된 국도77호선을 통해 2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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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 있는 유류피해극복기념관 이번 여행의 제1 목적지다. 유류피해 극복 10년을 기념해 만든 관람시설, 그 안에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됐을지 궁금했다. 123만명이라는 자원봉사자가 서해안 기름때를 닦으며 모이지 않았던가. 기념관의 첫 인상은 아담하다 그리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출입문에 잔잔한 분수에 새의 조형물을 설치해 자연을 완전히 회복한 태안의 깨끗한 환경을 상징하는 듯 했다.

실내 관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태안 해안바위에서 기름때 제거작업을 벌이는 자원봉사자들의 ‘인간띠’ 항공사진이다. ‘인간띠’라는 단어는 인간이 두 손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협동심과 봉사정신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는데 서해안유류피해 때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하얀 방제복을 입고 바위를 닦는 봉사자들이 길게 늘어선 끝 없는 행렬은 10년이 지나도 벅찬 감동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궁금함은 금새 풀렸다. 기념관에 업무차 출장나온 박갑순 중도일보 부장은 “기념관 입구에 전시된 항공사진은 사고당시 지역신문 기자들이 헬기에 탑승해 피해 상황과 자원봉사 상황을 촬영했던 것”이라며 전시관에 상당수 사진이 사진기자들의 작품으로 그 중에서 중도일보가 6개월 이상 현지 취재·촬영하면서 쌓은 자료가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기념관은 정박 중인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의 바지선과 어떻게 충돌하게 됐는지 그래픽으로 재현해놨으며, 기름이 유출돼 서해안으로 번지는 과정도 이해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기름 묻은 소라와 철새, 당시 입었던 방재복 등이 재현돼 직접 태안의 유류피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유류피해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는 당시 주민들의 목소리를 녹음한 음원을 통해 이어폰을 통해 육성까지 들을 수 있다. 2층에서 아이들이 직접 그린 크레파스 물고기 그림이 벽에 투영되는 체험까지 마친 후 기념관을 나왔다.

초가을 바닷가 햇볕은 차갑게 시렸다. 눈을 찡그려 다시 크게 뜨는 사이 만리포해수욕장의 활시위같은 백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서해안같지 않게 청록색 물빛과 고운 모래가 보물처럼 여겨졌다. 바닷물이 철썩철썩 발등을 칠 때마다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이 올라왔다. 바닷물이 아니라 기름띠였다면, 모래사장이 기름범벅이었다면, 그렇지 않고 온전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만리포해수욕장이 더욱 반가웠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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