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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어 김광석 곁으로, 그리운 이 곁으로

입력 2017-10-07 13:57   수정 2017-10-07 13:57

김광석
/사진=연합
김광석이 청춘의 아이콘인 사람은 안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언제였던가. 바람만 불어도 영화 보러 한밤 중에 극장으로 달려가고,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낮잠 자는 후배 불러내 수다떨던 시절이었다. 친구 서너명이랑 지리산 노고단에서 식은 김밥 씹어먹던 중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기타 줄이 끊어질 것만 같은 팽팽한 선율에 맞춰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열창하던 가객이 거기 있었다. 낯모를 청년은 그렇게 김광석을 소환했다.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오네요…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곁으로~' 노고단에서 바라본 웅장하면서 푸근한 지리산은 오랫동안 김광석의 노래로 기억되었다.

'이등병의 편지'만큼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는 없는 것 같다. 입대를 앞두고 복잡다단한 마음을 어찌 달랠까. '삼년 빡세게 썩고 오면 넌 진정 사내가 되는 거야 임마!'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한번은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청춘의 불안을 무엇으로 잠재울까. 40이 멀지 않은 내 조카는 지금도 종종 악몽을 꾼다고 했다. 빡빡 머리로 논산훈련소로 향하는 천근만근의 발걸음을 떼는 꿈이란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 어디에서고 이 '이등병의 편지'가 울려퍼지곤 했다. 입대를 앞둔 설익은 청년들의 비장한 표정이 우스워 보이던 그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이 노래는 노래방에서도 단골 레퍼토리였다. 한껏 폼을 잡고 한 손은 마이크를 잡고 한 손은 호주머니에 살짝 찔러 넣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질러대는 남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자들은 지겨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유독 한 남자만은 좀 멋졌다. 개폼 잡아도 그럴싸 했다. 세상 혼자 심각한 척해도 우리 여성동지들은 너그럽게 봐 줄 수밖에 없었다. 한 인물 했기 때문이다. 닉네임이 한국의 브래트 피트였다. 그 당시 브래드 피트가 인기 절정이었을 때다. 헌데 자세히 뜯어보면 수긍이 갈만한 골격을 갖고 있었다. 하여 그의 주위에는 여성팬들이 늘 따라다녔다. 일 끝나고 하릴없이 술 먹을 때 불러내고 싶은 남자 1순위였다. 기가막힌 건 노래도 가수 뺨치게 잘한다는 사실. 노래방에서 그가 마이크를 잡으면 여자들은 꺄륵꺄륵거리며 그와 듀엣으로 부를 노래 번호 찾기에 바빴다. 지금도 생각난다. 그가 부른 '이등병의 편지'. 우리의 청춘의 한 시절을 지배했던 김광석의 노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의심스런 딸의 죽음, 부인에 대한 세간의 의혹.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커지는 마당에 그의 죽음은 더 아쉽고 노래는 애틋하게 다가온다. 떠난 사람은 말이 없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어차피 누구라도 먼지 같은 인생을 살아가지 않나. 언젠가는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이 자리에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라도 안다. 문득 진한 커피 향이 그리워진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 문자 하나 날린다. 친구와 따뜻한 블랙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려야겠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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