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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행동경제학 원리의 활용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입력 2017-10-16 08:19   수정 2017-10-16 10:30

이정호교수(목원대)
이정호 교수

현재 주류 경제학 이론은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 행동을 최대한 단순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난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주장하는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간 행동의 복잡성 그 자체를 고려한다. 행동경제학이 나오기 전에는 경제학과 심리학은 서로 간의 접경 부분이 거의 없었다. 물론 마케팅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행태를 분석하기 위해 심리학이 활용되고 있었느나 경제학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했다.

주류 경제학은 '자원이 희소하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세 가지 기본적인 전제를 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면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높은 만족을 얻는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을 연구해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주류 경제학의 세 가지 전제 중 인간의 합리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람이 경제활동을 할 때 온전히 합리적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이먼은 경제학은 완전한 합리적 인간이 아닌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사람에 입각해 연구돼야 하며, 최적화 원리보다 만족화 원리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최적화보다는 본인이 희망하는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이를 선택하는 만족화 원리가 옳다는 것이다.

세일러는 사람들은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류 경제학의 '사람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기본 명제와 반하는 '사람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명제의 행동경제학을 연구해왔다. 세일러는 대학원생 때에 사람이 최대효과의 원칙과 최소비용의 원칙에 의한 경제적 효율에 따라 만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주류 경제학에 의문을 가졌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그처럼 완전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경제학의 모순을 극복하려면 인간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반드시 심리적인 요소가 첨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그때부터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하려고 노력해왔다.

실제 행동경제학 원리가 마케팅 분야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재미난 연구가 있다. 한 행동과학자 연구팀은 식사가 끝난 손님에게 약간의 과자류를 제공하면서 이 같은 행위가 서빙직원의 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하였다. 첫 번째 실험은 서빙직원이 계산서를 갖다 주면서 한 팀의 손님에게는 사탕 한 개씩을 주고 다른 팀 손님에게는 주지 않았다. 이 경우 사탕 받은 손님들이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3.3% 더 많은 팁을 주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사탕 두 개씩을 주었는데 개당 10원 정도인 사탕을 하나 더 주니까 사탕 받은 사람들의 팁의 액수가 받지 않은 손님들보다 14.1% 증가하였다. 세 번째 실험은 서빙직원이 먼저 손님들에게 각각 사탕 한 개씩을 주고 '이만 가봐야겠다'는 듯 돌아서서 가다가 다시 돌아와 주머니에서 두 번째 사탕을 꺼내 손님들에게 제공하였다. 이 경우는 팁의 액수가 23% 더 늘었다.

손님에게 사탕 하나를 제공한 경우보다 두 개를 주었을 때 팁의 액수가 3.3%에서 14.1%로 증가한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게 되면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더 느끼게 된다는, 선물에 약한 인간 심리를 나타내주고 있다. 세 번째와 두 번째 실험을 비교하면 손님들이 사탕 두 개를 받은 것은 동일하나 선물을 받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서빙직원이 가다가 뒤돌아와 준 두 번째 사탕은 손님들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서빙직원은 손님에게 특별한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두 번째 사탕 선물을 주면서 두 번째 사탕에 마치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것처럼 행동하였다. 손님에게는 그 선물이 의미가 있고 예기치 못한 개인적인 선물로 비췄기 때문에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의무감에 팁의 액수가 23% 늘게 됐다.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우리의 심리를 활용하는 행동경제학 원리가 번져가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도덕적인 방식으로 선하게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위의 세 번째 방식의 사탕을 제공하는 행동을 모든 손님에게 사용한다면 얄팍한 상술로 비치고 그 효과는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든 손님에게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들키게 되면 추가로 주는 사탕은 더 이상 예상 밖의, 의미를 담은 개인적인 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선물이나 호의를 제공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받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의미가 있고 예상치 못한 개인적인 선물이 될지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호의를 담은 선물을 제공하면서 괜히 비판받을 일은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행동경제학 원리를 활용하되 올바르게 사용하여 정직과 진실이 마지막에 웃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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