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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과 전제조건

사회부 김민영 차장

김민영 기자

김민영 기자

  • 승인 2017-10-17 13:30
김민영 차장
김민영 사회부 차장
우리나라의 수사권은 검찰에게 있다. 때문에 경찰은 수사를 하려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검찰의 허가를 받아야 수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별한 사안이 있거나 특수한 사건이 아닌 이상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한 대로 기소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지역에서도 매월 수백 여건에 이르는 사건을 소수의 검사들이 일일이 지휘하고 검토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황을 검토하면 경찰에게 수사권을 독립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수사권을 독립시키고 경찰에게 전적으로 수사권한을 맡긴다는 '명분'이 따라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권한을 받으면 책임과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권한과 책임과의 상관관계는 당연한 사안이라 인식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수사권 독립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스스로의 도덕성을 전제해야 한다.

지역에서도 일부 사건이 발생하고 처리되는 과정에 '경찰과 친분 관계가 있다더라' '경찰과 친구여서 과잉수사가 이뤄졌다더라'는 풍문이 떠돌았다. 경찰의 수사에 대해 신뢰하고, 확실한 도덕성을 전제하고 있다면 친분관계에 의한 수사라는 풍문은 떠돌 일이 없을 것이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경찰 비리 사건도 전제조건인 경찰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성매매 업주에게 금품을 받고 단속정보를 유출해 실형을 선고 받는가 하면, 데이트 폭력 피해자와의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경찰관이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수뢰 후 부정처사 등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경찰관 A씨에게 징역 1년 6월,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대전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1월 "신고자를 알아봐 달라"는 B씨의 부탁을 받고 112 신고 내역 등을 조회해 신고자와 수사상황 등을 알려주고 5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6일에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성폭력 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찰관이 음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경찰관은 데이트 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이 과정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로 대기발령 상태였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대전 경찰의 비위 건수는 총 58건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권한만을 주장하기 앞서 그만큼의 역량이 되는지 시민들에게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지 처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김민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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