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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문화칼럼]상금을 돌려다오

입력 2017-10-18 09:25   수정 2017-10-18 10:09
신문게재 2017-10-19 23면

과거(2005년 이전) 각 지역 문화상은 300만원에서 1000만원의 상금을 줬다. 지금은 상장·상패나 메달만 주고 시상금이 없다.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상패에 지방자치단체나 단체장 명칭을 안 쓰는 방법은 있다. 이론상은 그렇다. 표창·포상에 따르는 부상 수여는 기부행위로 법의 제재를 받는다.

그런데 이번 지자체 문화상 심사를 하며 거듭 깨달은 사실이 있다. 태고 이래의 상들과 상금이나 부상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노조개를 상형한 조개(貝)는 옛 화폐다. 조개에 재주(才)가 더해 재물(財)이 된다. 돈 있어야 재단(財團)이다. 재물(資)이건 재화(貨)건 돈이 들어 있다. 품팔이(賃)나 세(貰), 남을 돕는(贊) 찬조는 돈이다. 배상(賠), 축하(賀), 부의(賻)도 돈으로 한다.

상(賞) 속의 조개(貝)가 돈인 갑골문자를 들이밀며 상금을 퍼주자는 꿍꿍이는 아니다. 공직선거법으로 상금이 '불법화'된 것은 2005년이다. 누군가의 공적조서를 써주고는 밥 한 끼도 일부러 안 얻어먹은 그해가 잊히지 않는다. 상이 미역국을 먹은 탓이다. 그 뒤로 "문화행사나 대회의 부상과 상금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다들 법만 바라보고 슬슬 포기하는 눈치다.

시들한 열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추천 요건을 완화하지만 두어 명이고 나 홀로 신청이 많다. 단 한 명이 없는 부문이 있다. "돈 때문일 것"이라는 함께 심사를 맡은 교수 4명의 사견도 일치했다. 사회적으로 본이 될 사람에게 줄 상금을 기부행위와 금품제공행위로 죄악시하는 행위가 정통으로 상에 먹칠하는 행위다. 선거 공정성을 빌미로 순수한 시책과 정책까지 꽁꽁 묶는 불손한 발상이다. 전적으로 상금 탓에 상의 가치가 낙엽처럼 떨어졌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상업성으로 조종되는 상들과도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사진

 

그런데도 이렇게 가다가는 어떤 상도 학예회 수준으로 평준화될지 모른다는 엉뚱한 걱정이 일었다. 가을이면 한국인을 쥐어짜듯 '희망고문' 하는 노벨상의 명성과 권위의 한 근거는 로또급 상금이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분야별 상금을 1000만 크로나에서 800만 크로나로 줄인 건 5년 전이다. 올부터 12억5100만원쯤 되는 900만 크로나로 올려 기쁨 두 배다. 상금을 "비합리적으로 쓰겠다"고 답한 경제학상의 리처드 세일러(탈러)가 특히 인상적이다. 


상의 성가(聲價)가 당연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찾아보면 돈에 무관한 상도 있다. 노벨 문학상,

최충식(문화칼럼용)
최충식 논설실장

맨부커상(영국, 상금 5만 파운드=7366만원)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프랑스)은 상금 10유로지만 별과 같은 명성에 빛난다. 상금이 소설책 한 권 값인 1만3310원이어서 부담 없이 기부한다는 농담까지 생겼다. 상금 외적 요소로 가치를 획득한 상이지만 부수적으로 책이 팔려 돈(貝)이 벌리기도 한다.

어느 상이든 돈으로만 상의 프라이드에 값하진 못한다. 돈으로 상의 권위를 덧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심행정의 기이한 잣대로 상의 품격을 실추시킨 법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조례로 근거조항과 시상금 내역을 신설하면 될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상금이 사라져 썰렁해진 식장 분위기가 되살아난다. '상보다 상금'은 아니나 상금이 상의 무게를 더한다. 공직선거법 족쇄를 어서 풀어 각종 시상식에서 예쁜 '조개'(상금)를 떳떳하게 볼 날이 오길 바란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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