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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그냥 친구'가 있어 행복한 하루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10-20 00:00
친구
나는 친구가 그래도 많은 편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학교 동창도 있고, 선배와 후배,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을 포함해서 여기 저기 따져보면 참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선배나 후배를 친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알고 지내는 '지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더 가까운 친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그런 분들입니다.

하지만 나와 교류하고 가까운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친구들입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고 어색함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선배, 형으로 따르는 후배들은 참 많이 있습니다.

내가 동생이 없이 막내로 자랐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형!', '형님!'이라고 하면 참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후배들이 내게는 후배나 동생이 아닌 정말 친구로 여겨집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학교에 일찍 들어갔기 때문에 나이로는 동갑인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 후배들은 꼬박꼬박 내게 형으로 선배로 대우해 줍니다. 그런 이유로 때로는 내가 이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친구로 지내도 되고, 같이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사이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내게는 이와는 반대인 경우인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 충남대 교수로 있는 김교수가 그렇습니다. 김교수는 독일 유학을 같이 한 친구입니다. 나이도 나보다 한살 많고, 대학의 입학년도도 한해 빠릅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선배이고 형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김교수와는 친구로 말을 트고 지냅니다. 물론 처음부터 친구로 말을 트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김교수와는 유학 중에는 서로 존칭을 하면서도, 같은 노총각이라는 이유로, 또 전공이 같다는 이유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내가 대전에 먼저 직장을 구한 후, 나중에 충남대로 오게 된 사이이니, 참 인연이 있는 그런 친구입니다. 사실 이런 김교수와 말을 트고 친구처럼 지내게 된 시기는 김교수가 대전에 오고 난 후입니다. 김교수가 먼저 그냥 말을 트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잘 지냅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특히 김교수의 대학동창인 내 고등학교 선배교수와 만날 때는 좀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김교수는 내내 나에게 친구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해주는 편입니다. 각자 할 일도 많고 또 학기 중에는 수업과 연구 등등으로 자주는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가끔 안부도 묻고 서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거리낌 없이 상의하고 의견을 묻고 하는 그런 친구입니다.

김교수와 이런 친구관계를 굳이 따지자면 유학동문이니 동창관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관계로 특정하기보다는 '그냥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김교수와의 관계는 뭐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이런 '그냥 친구'라서 참 좋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을 때는 이런 '그냥 친구'를 만나는 우선 순위가 뒤에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그냥 친구가 더 없이 좋습니다. 미리 따로 시간을 잡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서로의 시간이 되면 그냥 만날 수 있는 친구인 '그냥 친구' 말입니다.

이런 그냥 친구가 사실 내게는 또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고등학교 2년 후배인 라교수입니다. 라교수 역시 선후배관계가 틀림없지만, 언제든 따로 약속을 정하고 의례를 차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니 말입니다. 늦은 저녁 시간에도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후배이자 친구입니다.

이번 주 월요일 서울에 일이 있어 갔다가 저녁시간에 내려오면서 라교수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라교수는 저녁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이나 먹자!'는 내 제의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저녁식사에 동참했습니다. 그날 라교수와의 만남은 밥을 먹는 것이 계기는 될 수 있어도 그것이 만남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그냥 한번 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그냥 친구'가 아니라면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라교수와 저녁을 먹은 후 집에 와서 불현 듯, "내게 과연 '그냥 친구'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생각나는 친구들이 꽤 되었습니다. 그냥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그냥 친구'가 많다는 것, 내게 또 다른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목적도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냥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고 행복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바로 이런 '그냥 친구'가 있고 또 언제든 이런 '그냥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기쁨이라 생각하니 오늘 하루를 기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여러분도 주위의 '그냥 친구'를 한 번 만나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냥 친구'와 함께하는 그런 행복한 주말 말입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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