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닫기

[시사오디세이] 나이 50줄에 사이버 세상에서 살아남기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입력 2017-10-23 09:40   수정 2017-10-23 17:36

양성광관장
양성광 관장

예일대학교의 사회학자 밀그램은 1961년 미국 중부의 네브래스카에 사는 사람 160명을 택해 동부의 보스턴에 있는 한 주식중개인에게 소포 꾸러미를 전달하는 실험을 하였다.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잘 아는 사람 중에서 최종 수취인에게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꾸러미를 건네주고, 그 사람은 또 가능성이 있는 다음 사람에게 건네주는 방법으로 꾸러미를 전달해달라고 하였다. 주식중개인은 최종 64개의 꾸러미를 받았는데, 분석해보니 평균 다섯 명을 거쳐서 전달되었다. 이 실험은 3억 명이 넘는 미국에서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다섯 명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당시에 큰 관심을 끌었다.

요즈음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친구로 연결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의 글을 리트윗하거나 다양한 사이트로 퍼 나르기도 하니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사이버상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쓴 글에 댓글이 없다고 또는 자신이 포스트 한 사진과 동영상에 '좋아요'가 안 달린다고 낙심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을 비방하는 글과 악성 댓글에 상처받고 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가상공간이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 세상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받은 인간이 다시 사이버상에서 반응하여 서로 영향을 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본래 인간(人間)이란 한자어는 사람의 사이, 즉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를 의미했는데 지금은 그 뜻이 변해 사람 자체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한자어에 담긴 뜻을 곱씹어보면 사람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교도소에서 가장 큰 징벌은 독방에 가두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은 혼자 떨어지고 갇혀있는 것을 싫어한다. 이는 인간은 태아로 있을 때부터 엄마를 통해 엄마와 같은 것을 보고, 듣고, 함께 나누면서 사회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일 거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형제자매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좀 더 자라서는 유치원과 같은 소사회에서 부대끼며 서서히 人間으로서 자아를 형성해 간다.

그런데, 근래 들어 발달한 SNS는 우리가 실제 삶을 살아가는 물리적 세상과 생태계가 확연히 다른 새로운 사회, 즉 나와 전 세계가 바로 연결되는 사이버 세상을 열어주었다. 이 가상 공간은 지면보다 화면이 더 익숙한 젊은 엄지족들에겐 신대륙과 같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겠지만, 이미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버린 5, 60대에겐 발을 디디기가 두려운 미지의 정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중에는 젊은이 못지않게 가상공간을 잘 활용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 공간을 불편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 가상공간은 그냥 외면해 버리면 나와는 관계없는 세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외면한다 해도 어느 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이 가상공간에서 난도질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냥 눈감고 산다고만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페이스북 이용자 수만 1,6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사이버 세상을 살아가는 이가 많으니 나만 이 세상과 담쌓고 지낸다면 정보에 어두워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한 이 새로운 가상공간도 따지고 보면 나와 첫 인연을 맺었던 어머니처럼 다른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느꼈던 것처럼 편안하고 부담되지 않는 사람들하고만 친구를 맺으면 된다. 문제는 이런 친구들과 편안하게 한 말과 포스트 한 사진 한 장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친구의 친구를 거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변명 한번 못해보고 매도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자신이 쓴 글과 사진이 많이 읽히고 '좋아요'가 많이 달리기를 바란다면 쓸데없이 가해지는 악성 댓글에 무뎌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부담된다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참고 자가 검증을 거쳐 문제의 소지가 없는 내용만 올리면 된다. 이마저도 부담이 된다면 사이버 세상을 관람객으로 투어하며 정보만 얻어갈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싫다면 2G 폰을 사용하는 원시인으로 남으면 된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사이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나이 50줄에 이도 저도 아니게 반쯤 걸치고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 기사에 댓글달기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