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42. 심포니의 완성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7-10-27 00:00
배상진은 독일월드컵 심포니 실행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프랑크푸르트 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자 단장인 막스 재켄이 그동안 여러 번 위원회를 열어 초안을 작성한 월드컵심포니 영상을 감상하고 있었다.

작곡 작업은 지독히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었다.

우선 첫 작업은 어떤 대회의 어떤 경기를 심포니로 작곡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가장 최근의 월드컵 결승전을 심포니의 소재로 하는데 합의를 이뤘다.



두 번째는 결승전의 양 팀 선수 22명의 동선을 선수 한 명씩 분리하여 얻는 작업이었는데, 이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 이 문제는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 세계로 중계한 각국의 필름과 기록을 제공해 주어 겨우 해결할 수 있었다.

세 번째의 작업은 경기장을 오선지로 가상하고 이 오선지 위에 선수들의 동선을 그래픽화하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오선지 위에 선수 각각의 움직임이 일정한 선율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 번째는 각 선수의 선율과 그에 상응하는 악기를 선정해 교향악을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작곡을 맡은 막스 재캔은 이 작업은 음악이 아니라면서 처음에는 작곡을 거부하다가 마침내 위원회의 한 위원이 "음악은 그럼 무엇이요?"라는 질문에 설득을 당했다.

"음악은 결국 인간의 청각을 활용하는 표현의 한 양식일 뿐 그 소재가 정해진 것은 없다"라는 것이 막스 재캔 스스로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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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렇게 조합한 오선지 위의 선수들의 궤적을 신세사이저로 소리를 들어보니 불규칙한 소음의 연속뿐이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작곡가의 역할은 소음의 집합체를 화음과 박자, 리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심포니의 주선율은 축구공의 동선으로 삼았다.

작곡가의 기량이 발휘된 예술적 터치가 가미되면서 월드컵심포니는 첫 탄생의 고성을 울렸다. 전 3악장으로 구성되어 전반전, 휴식, 후반전으로 계속되는 심포니는 처음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선율을 그려내고 있었다.

월드컵 교향곡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교향곡을 들으면서 위원들은 저절로 손에 땀이 쥐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심장박동은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달아올라 음악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격정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워했다.

월드컵심포니의 선율을 듣기만 해도 축구경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격정적인 월드컵 경기와 감성적인 교향곡이 화음을 이루는 장관이었다.

월드컵심포니는 이제 FIFA에 헌정하는 절차만 남기게 되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식에 그 역사적인 공연을 갖게 될 것이다.

배상진은 흐뭇하였다.

스스로의 제안이 이렇게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면서 결실을 보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계속)

우보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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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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