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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정해황 대전장대중학교 교장

정해황 대전장대중학교 교장

  • 승인 2017-11-01 10:02
  • 수정 2017-11-01 11:16
증명사진(정해황)
정해황 대전장대중학교 교장

시월의 마지막 밤이 되면 나도 모르게 괜스레 듣고픈 노래가 있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고, 곳곳에서 들리는 노래가 이용의 <잊혀 진 계절>이다. 가사 내용의 일부를 보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런 내용이다. 같은 날 서양에서는 할로윈 데이라 하여 떠들썩하다.

오백년 전 같은 날 한 젊은이가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바로 종교개혁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대학 시간강사에 불과한 34세의 마르틴 루터가 한 장의 종이에다 95개조의 반박문을 교회의 문에 걸은 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가톨릭의 부패, 특히 면죄부의 판매가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하였다. 천년왕국을 부르짖으며 "금화가 헌금 궤에 떨어지며 소리를 내는 순간 영혼은 연옥을 벗어나 천국 향해 올라가리라"고 신자들을 기만하였던 것이다.

루터는 매우 열정적이고 만사를 끝까지 철두철미하게 파헤치는가 하면,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성품의 소유자였다.

교황 레오 10세는 그의 신학을 이단으로 선언하고 그를 파문시켰다. 출두하라는 소환 명령을 받은 루터는 거부하여 카를 5세는 그를 무법자로 선언하고, 그의 죽음을 위임하는 보름스 칙령을 내렸다. 이제 법적으로는 누가 그를 살해해도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은 루터가 보름스 국회에 죽음을 무릎 쓰고 출두한 일을 유럽 역사상 최대의 장면이며,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장면을 인류의 근대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의 힘도 함께 싹튼다고 하지 않았던가? 카를 5세 황제가 루터를 도왔고, 프리드리히 3세가 미리 주선한 대로 위장 납치하여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그를 10개월간 지내도록 하였다. 이때 그곳에서 그는 위대한 업적인 독일어로 성서를 번역하였던 것이다.

요즘 TV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폭로공화국 같다.

한쪽은 적폐청산이라고 하고 한쪽은 정치보복이라고 한다. 폭로가 사실이라면 촛불집회에서 말한 것처럼 "이게 나라인가?"라는 말처럼 한심스럽다. 안개가 걷히면 모두가 드러날 것을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인 것 같다. 적폐를 한방에 날리고 질서를 바로잡을 루터 같은 용기 있는 지도자가 이 나라에는 없는가? 라고 반문도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6월 13일은 지방선거일이다. 시장, 교육감, 구청장 등 선출을 해야 한다. 역사를 교훈삼아 적폐를 한방에 날리고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인 지역의 지도자들을 기대해본다.

함석헌 옹의 말처럼 "개인은 속여도 민중은 못 속이고, 한때는 속여도 영원히는 못 속인다. 이것이 역사이다."

이제는 더 이상 속고 속이는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개인적으로 이용의 노래를 개사하여 제목을 <기억나는 계절>로 바꾸고, 내용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룰 수 있는 꿈은 행복해요. 나를 기쁘게 해요/라는 희망가를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듣기를 기대해 본다.

 

정해황 대전장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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