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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유학년제, 자유로운가

입력 2017-11-08 10:10   수정 2017-11-08 10:53

고미선
고미선 편집부장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배웠다. 하지만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자유로이 살아가라 한다면 얼마나 큰 모순인가.

어느날,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믿었던 인생이 각본대로 짜여진 TV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진실을 마주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1997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쇼가 떠오른다.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 탈출하려는 주인공에게 속삭이는 목소리. "바깥세상은 아름답지 못해, 사회 부조리와 정치인들 부패가 남발하고, 하루가 멀다해 범죄가 일어나지. 그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야. 그 어떤 고난도 없는 곳이란 말야. 트루먼" 

평화로움이 발목을 잡아도 자유를 얻기 위해선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중학생 딸이 말했다. "내년 중1 애들은 좋겠네요. 1년내내 시험도 안보고…." 학생 스스로 꿈을 찾고 미래를 선택하라는 취지의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된다.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과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꿈과 적성을 찾도록 하는 기간이 '한 학기'에서 '학년 전체'로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부 발표 이후, 학생·학부모·교사들 사이에서 찬반논쟁이 뜨겁다. 자유학기제가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 입시제도가 먼저 바뀌지 않는 한 자유학기제는 전혀 '자유'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그것을 경험한 학부모 입장에서,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났던 아이가 교육과정 적응에 얼마나 힘들었는 지 알기 때문에 고개가 끄떡여 진다.

 

2, 3학년에서는 다시 입시를 향해 달려야 하는 현실에 되레 자유학년제 기간 선행학습이 많아질 수도 있어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모들은 사교육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데 이러한 사교육 풍선효과는 본보에서도 '불법 심야교습 불야성'이란 제하로 보도된 바 있다. 한술 더 떠 부모들이 "12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고 공부하라"고 불법을 부추겨 충격적이다.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학원에 남아 공부를 하는 중학생들은 자유학기제 기간 배운 것들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 정책 전문가들이 참고했다는 아일랜드의 '전환 학년제'는 성공하기까지 40년 걸렸다고 한다. 유럽에서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고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고 알려진 아일랜드의 전환 학년제는 3년의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 2년 과정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이전 1년간 실시되는데, 대입으로 가는 길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빈틈이라니 현재의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전환 학년제가 잘 뿌리내린 비결은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 때문이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고 하는 의견에 동감한다. 또한 대학과 대기업,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아이들이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과 진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야한다.

자유학년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이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고미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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