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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과 신의성실원칙 적용에 대한 고찰

김영록 중원노무법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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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2 09:36
  • 수정 2017-11-12 09:37

김영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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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 한다)을 우선해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통상임금 항목 중 정기상여금에 한해서는 일부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여 시간외수당(연장, 야간, 휴일)을 재산정해 청구하는 소송이 줄을 이었고, 최근 의미가 되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8월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이 그것인데, 이 사건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산입하여 추가임금청구를 한 사안에서 사용자 측의 신의칙 위배 주장이 인용되지 아니하였기에 이슈됐다.

법원은 기아자동차 측의 신의칙 위배 주장을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신의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노사간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배제에 대한 전제, 그 전제하에 오랜기간 동안 노사가 임금총액의 규모 등을 정하였던 사실을 확인했고, 회사가 이 사건 소송결과에 따라 부담하게 될 임금 및 지연손해금, 추가로 지급해야할 가산임금 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어 재정 및 경영상태의 악화를 겪을 수는 있다는 점은 인정되나 그러한 부담이나 악화를 겪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담이나 악화의 정도가 회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업의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담 및 악화만으로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라고 보기 부족하여 기아자동차측의 신의칙 주장을 인용하지 아니했다.

판결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법원은 신의칙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를 회사의 재정상태 및 지불 능력으로만 결정하는 것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사건(광주고법 2016나10826)에서는 사용자측의 신의칙 적용 주장이 인용되기는 했으나, 해당 판결에서도 신의칙 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회사의 경영상태 및 재정상황, 지불능력이 주된 척도가 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확인된다.

신의칙 위반을 판단함에 있어 주된 요인이 회사의 경영 및 재정상태가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근대사법 대원칙으로서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신의칙 위배 여부는 ‘임금협상의 실태’·‘통상임금 재제합의 존부’, ‘추가부담의 법적수당액’,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 인상률과 수년간 평균치’, ‘재정 및 경영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 한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재정여건 뿐만 아니라 노사 간의 신뢰관계 형성여부에 대한 사실을 고려토록 한 바 있다.

즉, 신의칙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회사의 경영상태 및 재정상황 등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긴 하나, 양당사자 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기로 한 배경, 임금체계가 이와 같이 형성되게 된 역사적 과정, 통상임금 배제에 대한 노사 간 합의의 신뢰관계, 임금교섭 실태, 관행 등이 더 중요하게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현 시점에서 그 합의에 반하는 임금 추가분을 청구하는 권리행사가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행위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록 중원노무법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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