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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98. 김치 깍두기

'빼빼로 데이' 유감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7-11-13 00:00
김시스터즈
출근하기 전 편의점에 들렀다. 도시락을 사서 야근 시에 먹을 요량에서였다. 편의점 입구에서부터 빼빼로가 지천으로 쌓여있었다.

낱개 포장에서부터 아예 세트로까지 구성돼 있는 걸로 해마다 11월 11일이 되면 맞는다는 소위 '빼빼로 데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지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개인적으로 '빼빼로 데이'를 싫어한다.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이날이 실은 '농업인의 날'인 까닭이다. 주지하듯 농업, 즉 신토불이 농사는 예부터 우리민족의 먹을거리를 담당한 일등공신이었다.



농민들은 내 자식을 기르는 온갖의 정성으로 논과 밭에 나가 뼈가 빠져라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럼 여기서 '농업인의 날' 역사를 잠시 되돌아보자. 1980년대 말까지 지속되던 '권농일'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함께우리농산물시장이개방되고위기감이높아지며 변화의조짐을보였다.

이듬해인 1996년 정부가 농업인들을 격려하고 농업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11일을 법정기념일인 '농·어업인의날'로 지정했다.

그리고 199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농업인의 날 '로 명칭을 다시 변경하였다. 11월1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것은 농업의 근간인 흙을 뜻하는 '토(土)'자를 풀면 '십일(十一)'이 되고, 이 시기가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눌수 있는 때라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몇 년 전 함께 수학하던 사이버대학 동기가 쿠바를 다녀왔다. 그의 전언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지만 쿠바는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이 대단히 발달한 국가라고 한다. 쿠바는 한반도 면적의 2분의 1이며 1인당 GDP는 1만1000~1만200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면적이나 경제적 규모로만 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장기간 경제봉쇄에서 기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인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체 게바라 혁명'의 아이콘과 자급자족 식량농사가 지금도 쿠바를 먹여 살리는 단초가 되고 있는 저변엔 그들 나름의 '신토불이'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이 협업을 이룬 결과가 아닐까 싶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경제봉쇄가 강화되면서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을 적극적인 정책으로 실천했다. 그 결과, 쿠바는 식량생산성이 높아지고 화학비료 사용은 줄어드는 두 마리 토끼잡이에도 성공했다.

쌀값의 지속적 하락 현상은 논외로 치더라도 요즘 한창 출하기인 배추와 무 등의 채소 역시 제 값을 못 받아 농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 즈음이라고 한다. '빼빼로'를 세트로 구입하면 만 원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 돈으로 배추나 무를 사면 얼추 김장까지 할 수도 있다. 기업의 상술로 만들어진 '빼빼로 데이'에 부화뇌동 현혹되기보다는 우리 몸에도 좋은 우리 농산물로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건 어떨까?

"머나 먼 미국 땅에 십 년 넘어 살면서 고국 생각 그리워 ~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프스테이크 맛 좋다고 자랑 쳐도 ~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 하더라 ~" 김 시스터즈의 히트곡 <김치 깍두기>다.

자나 깨나 잊지 못 할 '코리아의 천하 명물'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신토불이 배추와 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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