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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기록문화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입력 2017-11-14 09:00   수정 2017-11-24 16:35
신문게재 2017-11-17 23면

김희정-사진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회갑(回甲)연이나 고희(古稀)연을 여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이런 현상도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더불어 지인들을 모시고 하는 행사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부들이 한 세상 살아오면서 자신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러다 보니 사람들을 불러 축하연을 여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식사를 하는 풍경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식들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이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한 평생을 보냈는데 그냥 넘어간다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회갑연이나 고희연에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 자서전을 증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부모님들이 살면서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자서전을 쓰고 싶어도 옛 기억만을 대살려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음식을 차려놓고 지인들을 불러 풍악을 울리고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결코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필부들의 자서전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내 부모님이 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족만 생각하고 어디 가서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내 세울 시간 없이 살아온 날들을 위해 그 발자취를 자서전이라는 이름으로 상재하는 모습이 좋았다.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기록에 대한 생각이다. 필부들의 삶에서 볼 때 개인의 기록을 중요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모두가 평범하게 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개인의 기록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록 역시 크게 와 닿지 않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다. 기록이라는 것이 개인이든 국가이든 미래 세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물인데 말이다.

우리가 한 세상 어떻게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살아왔는지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메모나 일기를 써서 전해진다면 그것은 후손들에게 하나의 뿌리가 되고 더 나아가서는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삶이 평범하면 평범할수록 개인의 기록은 후손들에게 더 따듯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덧붙여서 자서전으로 출간을 하면 내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아버지가 엄마가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설령 책으로 출간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삶의 기록은 먼 훗날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수가 있다.

실제로 우리가 기록 문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지도자들이 역사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본다면 기록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이 어떻게 기록되고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 진다고 생각을 하면 함부로 국가 권력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지도자가 나오는 이유 역시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역사의 기록이나 개인의 기록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일 수 있다.

지도자가 역사를 두려워하고 기록에 대해 눈치를 본다면 국민들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그런 지도자야 말로 국민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볼 때 역사를 두려워하고 기록에 대해 고민했던 대통령이 몇 명이나 있었는가. 이런 지도자가 많았다면 국민들의 삶도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것이다. 몇몇 지도자가 자신의 삶만 생각하고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산물이라고 여겨서 수많은 국민들이 그 불행한 생각에 흐느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기록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나의 하루를 메모하는 습관부터 시작한다면 역사의 사초가 되지 않더라도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다. 필부들이 삶이야말로 기록되지 않는 사초라는 생각을 한다. 후세에 남지 않더라도 내 삶을 짧게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내일에 대한 내 삶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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