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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3 수험생들 '당혹'... 일부 고교 단축수업 진행

학교급식 준비도 차질

전유진 기자

전유진 기자

  • 승인 2017-11-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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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도 않아요."

예정대로라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있어야 할 16일 대전의 우송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시험장이 아닌 학교로 등교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5.4 규모의 지진으로 전날 밤 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는 당혹감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교 측은 이날 3학년 학생들을 위한 급식 재료조차 준비해놓지 못해 단축수업을 했다.



3학년 교무부장 교사는 "수험생들이 마음의 동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긴급회의 소집 끝에 정상 등교 및 수업을 재개했다"며 "학생들이 심신의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실 안 학생들은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수업을 듣거나 자습을 하고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독서대를 앞에 두고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도 있는 한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거나 친구들끼리 서로 헛웃음을 짓는 일부 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동구 천동에 산다는 3학년 김민재 학생은 "사실 처음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열심히 준비해 온 만큼 당황스럽고 짜증도 났다. 하지만, 시간이 다시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 것이라 여기고 열심히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신우주 학생은 "솔직히 수능이 미뤄질 수 있다고 생각도 하지 못했던 만큼 충격이 컸다. 그렇지만 재정비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전했다.

두 학생들에게 남은 일주일 간 어떻게 보낼지 묻자 김민재 학생은 "수능 일정에 맞춰 문제집은 이미 다 푼 상태다. 그래도 최저등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니 개념 위주로 다시 점검하고 무엇보다 페이스 유지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고 답했다. 신우주 학생은 "오늘부터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솔직히 '멘붕'(멘탈붕괴)이다"며 "마음이 붕 뜨면 안 되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침착하게 컨디션 조절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신순섭 담임교사는 "처음 지진 직후에는 수능을 강행하겠다는 발표가 나서 수험장 지진시 대피요령을 찾아 학급 카카오톡방에 메시지로 전송했다. 그런데 전송하자마자 수능이 연기됐다"며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전유진 기자 victory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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