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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미래는 미래세대에게 맡기자

신천식 (사)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신천식 (사)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

신천식 (사)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7-11-20 09:36
  • 수정 2017-11-20 18:02
신천식 서울대 공공리더십 이사장
신천식 (사)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역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룬 부모세대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믿음만으로 허리띠를 조이고 눈 가리고 귀 막으며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멀리했다. 이제 집칸이나마 장만하고 먹고 살 걱정이 없어지니 행복이 당연히 찾아올 줄 알았는데 자식세대들은 불행하다고 아우성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의 등장이나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세대가 곧이어 등장하고, 아예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린 7포세대에 이어 포기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N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 성장이 돌연 멈춰버린 까닭이 크다. 성장의 미래를 확신했던 나라 전체가 갑자기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지난 10년간 OECD 국가 중 압도적 자살률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는 나라, 청년 자살률 세계 1위인 나라, 미래를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는 노인 빈곤을 세계 1위인 나라. 이땅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언제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과 좌절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헬조선의 멍에를 벗을 수는 없는가? 특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중하게 보존되고 존중 받아야할 공동체, 가족, 우정, 사랑, 공공선의 가치가 빠르게 훼손되거나 소멸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포항 발 지진 여파로 일주일 늦추어지긴 했지만 올해 대학 입시 절차가 시작됐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고 훌륭한 배필을 만나서 천년만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은 온 국민이 떠받드는 핵심가치이자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보인다. 성경보다도 불경보다도 힘 있는 믿음 앞에 너도나도 대학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사람대접도 안 해주는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나 학과를 고르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점수에 맞춰 이 대학 저 대학 기웃거리고, 오토바이에 택배처럼 실려서 대학을 고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가히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다. 이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학을 나와야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파트타임 근무나 부모 덕으로 눈치보며 세월을 보내니 행복이니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머쓱하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미래세대는 불안하다. 해답은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다. 인생은 선택이 결정한다. 이번 대학 입시부터라도 소질과 적성에 따라서 전공이나 학과도 선택하고, 공부에 소질 있는 사람은 대학을 가고, 다른 분야를 잘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대학을 안가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판·검사 의사가 된다면 다른 일들은 누가 해야 하나?

미래 사회는 오늘날 귀하게 대접받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그 영향력이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우리가 선망하는 직업군의 하나인 법조인과 의료인은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래사회를 상징하는 인공지능 등장의 여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간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바둑경기에서 천하의 이세돌이 인공지능인 알파고에게 내리 연패를 당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어느 정도 수긍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상상을 불허하는 엄청난 변화의 세계이다. 새로운 일자리의 탄생과 소멸이 일상화 되며 새로운 일자리를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 우리를 존재하게 하던 기존의 상식과 통념은 무용지물이 돨 것이다. 미래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해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열심히 한 눈 안팔고 일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었지만 지옥같은 현실이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고 잘못된 시각이다. 젊은이가 미숙하고 어리석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미래는 젊은이들의 것이다.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던 존중해야한다. 젊은이들은 무모할 것 같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인류는 지금가지 존재해왔다.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젊은이들이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 미래는 미래세대에게 맡기자. 대학입학, 전공선택, 대학 포기 여부까지도 젊은이들에게 맡겨 보는 게 어떨까.

신천식 (사)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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