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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10. 엄마의 일기

돈이 망친 재벌의 자식농사 '폐농'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7-11-25 00:00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28)씨가 집행유예 상태에서 또 다시 취중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인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만취 난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다.

당시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만취 상태로 종업원을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지배인의 얼굴을 향해 위스키 병을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서울의 한 호텔 지하주점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다 여종업원을 추행했는가 하면 이를 제지하던 다른 종업원과도 몸싸움을 벌이며 유리창과 집기 등을 마구 부순 '전과'가 있는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또 다른 그의 일탈을 보자면 새삼 돈이 망친 재벌의 '자식농사 폐농(廢農)'이란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주변의 논은 벼 베기가 다 끝났다.

그렇게 추수를 마친 논에는 커다랗고 하얀 물체가 보이는데 이게 바로 곤포 사일리지(Bale Silage)다. 이는 수분량이 많은 목초와 야초, 사료작물 등을 진공으로 저장 및 발효하는 것인데 딱히 사일로(silo)가 없는 농가에서 사료 저장방법으로 이용된다.

지름이 약 1m, 무게는 약 500kg 정도 되는 곤포 사일리지는 주로 소의 조사료(粗飼料)로 쓰인다고 한다. 이 동그란 곤포사일리지 한 덩어리면 소 50마리가 하루에 먹을 분량이라고 하니 이쯤 되면 소들을 위한 '김장'인 셈이다.

여기에서도 볼 수 있듯 벼농사는 우리의 주식인 쌀의 제공 뿐 아니라 소들을 위한 먹잇감까지 되는 까닭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벼농사의 성공에도 관건이 있다. 쌀, 즉 미(米)라는 한자에서도 볼 수 있듯 농부의 손이 자그마치 여든여덟 번이나 가야만 비로소 벼농사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농부가 벼(또는 보리와 채소 등의 농작물 역시도)를 애지중지하는 건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한화그룹 3남 김동선 씨의 잇따른 경거망동을 이에 빗대자면 재벌, 즉 돈이 많다고 해서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순 없다는 어떤 한계의 딜레마가 보인다는 주장을 펴지 않을 수 없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조선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그가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고통의 시기는 깊은 좌절을 안겨주었다.

반면 그는 이를 반전의 기회로 활용했다. 유배지에서 보낸 자식들에게의 편지는 본인의 유배에 의해 자식들이 절망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이를 노심초사 하면서 잡도리(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일)하는 대목이 압권이다.

그의 방대한 저작 역시 가히 와신상담의 자세로써 이뤄진 업적임은 물론이다. 예부터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 부와 소위 '빽'을 믿고 다시금, 또한 심지어 사회적 지도층이랄 수 있는 변호사들을 향한 폭행 사건에까지 휘말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을 보자면 새삼 자식농사의 중차대함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650
필자처럼 돈이 없는 서민이었다면 어찌 그리 발김쟁이 같은 행태를 계속할 수 있었으랴. "너그럽게 웃으시는 당신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배웠죠 ~ 철이 없는 나를 항상 지켜주시는 하늘처럼 커 보인 당신 ~" 왁스(Wax)가 부른 <엄마의 일기>다.

술에 취한 아버지와 다투시던 날, 잠드신 줄 알았지만 불이 꺼진 부엌에서 혼자 울고 계신 어머니를 본 딸의 마음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가요다. 진솔한 '엄마의 일기'와 편지는 자녀를 올바르게 성장케 하는 샘물이다. 아버지의 편지라면 금상첨화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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