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한화 4번타자 김태균 "봉사는 팬에 대한 사랑 방식"

충청에서 나고 자란 프랜차이즈스타…올시즌 부상으로 아쉬워.
레전드코치진 복귀 팀 분위기 좋아질 것.
봉사도 4번타자 "팬과 소통하는 방식"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17-1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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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태균 선수. 사진제공은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소속 프로야구 선수 김태균(35)은 충청에서 나고 자란 '순수혈통'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천안남산초- 천안북중-북일고를 졸업하고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10~2011년 일본에서 잠시 뛰었지만, 국내리그에서는 한화에서만 15년간 활약했다. 팀 내 부동의 4번타자로 빼어난 컨택능력과 선구안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으로 받았다. 팀의 전설, 그리고 충청의 전설에 다가가고 있는 김태균을 만나 그의 이야기와 레전드코치들의 귀환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인터뷰를 위해 김태균을 만난 곳은 야구장이 아닌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행사가 진행되는 대전시청이었다. 김태균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보이며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팬 서비스를 했다.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김태균이다.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통해 '2017 나눔국민대상'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태균에게 봉사는 팬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는 "봉사를 하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야구장에서 운동하며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이 있지만, 봉사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면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잘 다가가는 성격이 못 된다. 봉사는 팬에 대한 나의 사랑 방식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김태균은 "태안 유류 피해 사고 당시 팬클럽과 함께 기름을 닦아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봉사하는 취지는 같지만, 팬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니까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FA시장이 활발해 지면서 '프랜차이즈스타'가 팀을 떠나는 일이 많아졌다. 얼마 전 롯데의 상징이라던 강민호도 정든 팀을 떠나 삼성에 둥지를 텄다. 그만큼 국내 프로야구에서 프랜차이즈스타의 가치가 커졌다. 김태균은 한화에서만 15년을 뛰었다. 해외리그 경험을 위해 2년간 일본에서 뛴 이후에서 선택은 다시 한화였다.

김태균은 "사실 부담감이 크다. 한 팀에서만 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고 좋은 일이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면서 "10년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한 맘이 더 크다. 팬들의 사랑만큼이나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화는 7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성근 전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로 시즌 전에는 남다른 기대도 했다. 김태균은 "항상 아쉽지만, 올해는 유독 아쉽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전보다 많이 다쳤다. 나 자신도 놀랄 정도다. 팀 성적도 안 좋은데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유독 컸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김태균은 올 시즌 5월과 8월 각각 햄스트링과 옆구리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다. 특히 옆구리 부상으로는 41일간 자리를 비웠다. 김태균뿐만 아니라 대부분 주전선수가 다쳤다. 대체선수가 부족했던 한화로서는 주전선수의 줄부상이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화는 올 시즌이 끝나자 한용덕 신임 감독을 비롯해 장종훈 수석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등 한화 레전드들을 코치진으로 구성했다. 팀에 애정이 깊고, 선수단을 잘 알고 있는 레전드들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태균은 "선수들도 이런 날이 오기를 많이 기다렸다. 아무래도 코치님들이 우리가 야구를 못해서 팀을 떠났다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면서 "성적은 두 번째 문제다. 코치님들이 오셔서 기대되고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주는 코치님들이다. 선수와 코치가 아닌 동생이나 후배에게 지도하는 따뜻한 마음. 끈끈한 모습이 있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출루의 神(신)으로 불린다. 올해에는 8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6년 8월 7일 대전 NC전부터 시작된 기록은 지난 6월 3일 대전 SK전까지 301일 동안 이어졌다. NPB리그(69경기), 메이저리그(84경기)을 넘어선 대기록이다. 통산 타율은 무려 3할2푼5리, 통산 출루율을 4할3리다. 홈런도 293개나 때려냈다.

김태균은 "내 야구관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다. 수비가 안 되면 공격에서 해주려고, 공격이 안 좋으면 주루라도 해줘야 한다. 안되면 벤치에서 화이팅이라도 해줘야 한다"면서 "야구는 단순히 던지고 치는 게임이 아니다. 팀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방망이를 못 치면 끝이다. 수비나 주루에서 보탬이 못 된다. 타석에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고 생각하다 보니 출루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인드가 나의 노하우다"라고 밝혔다.

김태균은 대전 신축 구장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대전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던 광주나 대구는 이미 신축구장을 지었다. 마산도 신축구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도 신축구장 건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전만 수년째 신축구장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그는 "구단에서 투자를 많이 해 관람시설은 좋아졌지만, 라커룸 등 선수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여전히 빈약하다. 다른 신축 구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럽다"면서 "빨리 신축구장이 생겨서 더 많은 팬들과 호흡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우승하고 은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팬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수년간 다짐한 '가을야구'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다. 김태균은 "항상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찾아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내년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20171103-한용덕 감독 취임4
한화 이글스 한용덕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한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태균 선수 모습. 사진 제공은 한화 이글스
-에필로그-

김태균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절제된 생활이 힘들어 수차례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와 감독이 마음을 잡아줬다. 김태균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야구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등번호 52번도 아버지가 골라준 번호다. 북일고에 진학할 때 아버지가 "52라는 숫자의 형태가 한 쪽으로 좋은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했다. 그 후 '52'는 김태균을 상징하는 번호가 됐다.

김태균은 가족이나 지인을 야구장에 잘 초청하지 않는다. 야구 경기에 잘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내 김석류 씨와 딸 김효린 양이 구장을 찾는 일이 많지 않다. 부모님도 아들 몰래 경기장을 찾아 시합을 보고 간다고 한다. 김태균은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는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 올해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올스타전 등 몇 경기에 가족을 초대했다고 한다. 딸이 야구를 좋아하는데 아버지가 야구 선수였다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그런데 역시 성적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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