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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적 포장용 조례는 불필요하다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17-12-04 16:17

신문게재 2017-12-05 23면

각 지방의회에서 조례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조례 제정은 주요 의정활동의 하나이며 지방의원의 권한이자 의무다. 제정 건수가 많으면 왕성한 의정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문제는 지방선거가 임박하고 있는 시점에 몰아치기 식으로 발의되는 안건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선의의 의정활동 실적으로 보기엔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다.

의원 입장에서 민선 6기 임기 막바지로 치닫는 시점에서 의정 성적표가 신경 쓰이는 거야 당연하다. 시정 질의와 감사 실적, 시·도정 질문 및 교육행정 질문, 진정·청원 처리, 출석률 결의문 채택 등이 모두 의정 실적이다. 이 가운데 조례 제정은 첫 번째 성적표라 할 만큼 쓸모 있는 정량평가 자료가 된다. 그러다 보니 유명무실하거나 특정 단체에 혜택을 준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한 표가 아쉬운 심정은 이해되지만 의원발의 실적이 왜곡되는 폐단은 막아야 한다.



상정 이유를 봐도 지방선거용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 분명히 있다. 최근 무더기로 발의된 조례안 중에는 이미 부결됐거나 실효성 면에서 빈껍데기 같은 조례가 간간이 눈에 띈다. 띄어쓰기를 고치거나 부적합 문구 일부를 수정하는 수준의 조례가 없지 않다. 올 들어 조례 재·개정안이 2배 이상 증가한 지방의회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른 의원이 준비한 조례에 품앗이하듯 의원 이름만 올리기도 한다. 선거와 직간접의 관련이 있다고 의심받는 이유다.

입법활동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으로 흐르거나 부진한 활동을 가리는 포장용이 되면 안 된다. 조례 제정 건수와 의정활동이 비례한다는 착시 탓에 사실상 조례 명칭을 고치는 수준인 경우마저 있다. 선거를 의식한 실적 쌓기용 조례 제정에 대한 검증장치가 필요해졌다. 차기 선거까지 남은 기간 분발할 것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익적인 활동이지 편법 수단 동원이 아니다. 현장 적용에 이상이 없는 부분까지 손질하는 것은 조례 제정 권한의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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