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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공성신퇴(功成身退)하신 어르신들의 즐거움

김용복/극작가, 칼럼니스트

입력 2017-12-07 17:10   수정 2017-12-07 17:10

공성신퇴(攻城身退)!

공을 이루고 난 뒤 물러나다는 뜻을 가진 이말. 공성신퇴.

한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업적을 이뤘을 때 영광을 누리려고만 하고 물러갈 때를 놓친다면 큰 화를 입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눈치 없이 눌러 앉았다가 兎死狗烹(토사구팽) 당하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라는 呂不韋(여불위) 말고도 얼마든지 많지만 예를 들지 않겠다. 그 후손들에게 누가 되기 때문이다. 어디 한번 보자. 공을 세우고 조용히 물러나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落花)/ 이형기 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

봄 한 철 / 격정을 인내한 /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 할 때. /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 가을을 향하여 /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인간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는 꽃이 지는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이 끝났을 때 미련 없이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꽃이 진다는 것은 상실이나 허무가 아니라 더 큰 성숙이나 만남을 위한 과정을 의미한다. 꽃이 져야만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이별을 겪고 나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압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야할 때를 알고 그 자녀들에게 살림살이 물려주고 조용히 사는 노인들의 아름다운 모습.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천수를 누리니 어찌 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성명취(功成名就)한 후 공명신퇴(攻城身退)!하니 더욱 아름다울 수 밖에. 다른 시 한편 더 보자.



낙화/ 조지훈 시

꽃이 지기로서니 / 바람을 탓하랴. /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 아는 이 있을까 /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떨어지는 꽃을 보며 속세에 묻혀 살려니 얼마나 울고 싶었으랴!

그러나 시인은 꽃이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대자연의 섭리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동틀 무렵, 별이 하나 둘 사라지고 귀촉도의 서러운 울음소리도 사라진 후에, 시인은 꽃이 떨어지면서 드러내는 은은한 붉은 빛을 바라본다. 속세를 떠나 살면서 낙화를 본 조지훈 시인은 자신의 내면 상태로 시선을 돌린다. 세상을 피해 은둔자적 삶을 살아가는 화자는 꽃이 지는 광경을 통해 삶의 무상감과 절망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상을 마무리한다.

은퇴
굿모닝주야간보호센터에 찾아와 봉사하는 행복봉사단 모습.
자, 그럼 필자가 본 이곳. '굿모닝주야간보호센터'(센터장 문희향)는 대전 서구 도산로 245번지(내동 블루타워5층)에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신이 허약한 어르신들을 낮 동안 센터에 입소시켜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르신들의 생활안정과 심신기능을 유지하여 생활능력에 대한 기능을 회복하고 가족에게는 휴식을 제공하여 어르신 가정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곳이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 2시~3시면 행복 봉사단(단장 임채원)이 단원들과 함께 와 갖가지 재능으로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단원들 7, 8명 가운데는 84세 된 단장의 친정어머니도 계시다. 모녀가 함께와 이곳의 공성신퇴한 노인들에게 지치고 소외된 마음을 힐링해 주고 있는 것이다.

좋게 보였다.

정부에서도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노인의 건강유지와 생활안정 시책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의 손이 모든 곳에 두루 미칠 수는 없는 일. 그런 틈새를 이처럼 봉사단체들이 찾아가 힘을 보태고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내 나이가 어때서'

예,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맘껏 즐겁고 행복하게 사십시오.

김용복/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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