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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보수는 죽었는가?

서준원 정치학 박사

입력 2017-12-09 18:27   수정 2017-12-11 10:27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1년 전. 촛불은 대통령직의 권위를 불태워버렸고, 탄핵 가결은 보수의 위기를 초래했다. 촛불집회와 성난 민심은 급기야 보수의 존립마저 위협했다. 정권교체 직후부터 시작된 ‘적폐청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연일 구속영장 신청과 기각이 주요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보수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와중에 적폐청산에 따른 후유증과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지만, 진보세력의 입장에선 아직도 분에 안 찬 모양이다. 이러다간 보수의 입지는커녕 보수세력 박멸까지 몰아칠 기세다. 어찌 보면, 이런 한풀이 현상은 보수세력의 자업자득이지만 그래서, 보수는 죽었는가?

1년 후. 보수세력은 패를 나눠 간단없이 다툼 중이다. 집 나갔던 탄핵동조 일부 세력도 다시 불러들였고, 탄핵 불복에 나선 일부 보수 집단들은 강추위에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안타깝게도 보수 정당들에서 전선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이 참 궁색하다. 보수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새로운 방향설정과 로드맵이 안 보인다. 전통적으로 보수가 내세웠던 가치와 비전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래서, 보수는 죽었는가?

역대 정권교체 과정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적폐청산의 칼질이 가멸차다. 권력을 거머쥔 진보세력의 다양한 시도와 동조세력의 동력이 풀가동 중이다. 보수와 진보 간의 끝장 대결, 남남갈등으로 대별되는 이런 현상은 SNS에 표출된 양 세력 간의 비이성적인 논쟁과 댓글성향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부패와 구태척결의 명분을 동원하면 합법적 공권력의 칼질도 힘을 얻는다. 게다가 지지세력의 결집력도 견고해진다. 대통령 임기를 고려하면 일관된 정책추진도 버거울 처지인데, 향후 정권교체를 떠올리면 지켜보는 민초의 가슴도 써늘해진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이전 정권의 증세 없는 복지도 포퓰리즘. 현 정권의 대기업 증세도 포퓰리즘. 게다가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민주화에 사회주의 색이 덧씌워지고 있다. 보수가 이를 악물고 파헤쳐 볼 대목이다. 성장과 분배, 고세율, 어떤 형태의 복지국가여야 하는지, 대외정책 및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심지어 자본주의적-사회주의적 경제체제의 부합 여부 등 그간에 느슨하게 다뤄왔던 것을 진지하게 손질해야 한다. 보수가 자랑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정치로부터 얻어지는 이득을 논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정치권 내의 집단이기주의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탄핵을 기점으로 보수는 진보와의 이념-정책-포퓰리즘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정당에 대한 일체감과 소속감은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중노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보수가 젊은이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그 배경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궁핍한 소통 의지와 권위주의에 찌든 보수의 환부를 도려낼 프로젝트 매니저가 절실하다. 보수의 대안제시와 간솔한 답변이 궁금하다.

목하, 연이은 북한 핵실험과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보수는 마냥 휘청거리니 ‘남북갈등’보다 ’남남갈등’이 더 우려되는 현실이다. 북미수교, 정전-평화협정, 남북연합-연방체제, 북한 인권 및 개혁-개방 등은, 정치권이 현실주의적 인식과 실천 가능-지속 가능한 노력으로 풀어내야 할 난제이자 한반도 현안이다. 북한도 궁극적으로 보수와 손잡아야 통일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난제를 진보에만 맡길 순 없다. 보수가 다시 살아나야 하는 이유다.

무너진 정권은 이젠 지난 역사다. 탄핵의 진위와 진실은 법체계가 정리할 것이다. 천하의 항우도 전쟁 참패 직후에 너무 분해서 자결했다. 항우가 자존심을 버리고 인내심을 발휘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보수는 패배의식과 상실감에서 벗어나 인내심을 갖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뼈아픈 자성과 반성이 우선 과제다. 지금은 보수의 존재감마저 와해 될 위기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보수는 죽었는가? 보수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의문과 기대가 함께 교차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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