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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KBS와 MBC의 재허가 심사 기준 미달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17-12-12 11:18   수정 2017-12-12 17:59
신문게재 2017-12-13 22면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 교수

부자 삼대,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허투루 관리 했다가는 큰 부자의 곳간이라도 백년을 넘기기 어렵다. 인심 잃은 부자의 부가 오래가는 법도 드물다. 온당치 못하게 권력을 행사할 때 그 끝은 짧고 험하다. 이 사소하고 간단한 상식을 우리는 잠깐잠깐 보지 못한다. 상식 앞에 눈이 어두워지면 사람이 게처럼 걸음하고 사회는 가치를 거꾸로 세운다. 겨우 몇 해의 정해진 권한일 뿐인데 천년을 넘어 만년에 이를 것처럼 힘을 한껏 부리는 사람들도 많다.

태종 때 사관 민인생이 있었다. 사냥을 좋아하던 태종 이방원이 봄날에 사냥을 하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후세에 자신의 체통이 구겨지는 것을 걱정했던지 측근들에게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사관이 이를 알았다. 사관은 태종이 말에서 떨어지고도 사관에게 그 사실을 기록하지 말라고 명령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기록으로 남겼다.

인조 때 사관은 또 어떠한가. 소현세자가 죽은 후 그의 아내를 내치려던 인조는 며느리 강빈더러 '개○끼(狗雛) 같은 것'이라고 욕했다. 사관은 임금이 욕했다고 적었다. 그 십년 쯤 전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을 겪을 때, 이조판사가 인조 임금을 독대하여 항복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항복에 관한 말을 나누었다. 이조판서는 그들의 대화를 역사 기록에 남기지 말자고 제안했다. 임금은 사관에게 기록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사관은 임금이 쓰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까지 기록에 남겼다. 1637년 1월 16일 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역사 기록은 지엄하다. 기록하는 존재인 언론인들이 작은 상식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경영진에게 밉보인 기자와 피디를 징계 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기자와 피디를 지냈던 방송사 경영진은 거듭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해고자들을 5년여 동안 회사 밖 엄동의 찬바람 속으로 내몰았다. 무려 이천일이다. 아무개 기자와 피디는 아무 증거도 없이 굴비 엮이듯 해고자들 사이에 끼워 넣어졌다. 해고자 6명이 최근 서울 MBC에 복직되었다.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입맛을 버무려 자기 식으로 세상을 본다. 필자가 보기엔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되는 조짐이지만, 어떤 이들은 최근 인사를 점령군에 의한 피의 숙청이라고 읊기도 한다. 기록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말인들 못할까.

한국의 지상파 방송 3사가 재허가 심사 기준에 미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간단히 말해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2004년 재허가 탈락 위기에 처했던 SBS가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사례에 비춰볼 때, 기준 점수에 크게 모자란 평가를 받았더라도 정부는 방송 3사에 몇 가지 조건을 붙여 허가를 갱신할 듯하다. KBS와 MBC가 받은 점수는 SBS보다 더 낮았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 항목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지상파 공영방송 두 개가 재허가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별말을 한다. 집권 여당의 방송 장악 문건대로 재현된 것이라거나 현 권력의 편에 서지 않은 방송에 대한 손보기라는 식이다.

어떤 말인들 못할까만, 이런 식의 주장은 일반 시민 시청자와 언론학자들을 깔보는 것이다. 여러 해에 걸친 여러 번의 방송 수용자 조사 결과, 언론학자들과 일반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이 공정성과 공익성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바로 봤다. MBC의 경우 언론학자와 시청자들이 매긴 순위에서 그 지위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퇴락했다. 백여 년 전 설립된 세계적인 두 공영방송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가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실태를 견주면, KBS가 재허가 심사기준조차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평가를 받은 것 역시 안타깝기 짝 없다. 부실한 공영방송 기반 위에 건실한 민주주의가 꽃피기 어렵다. 힘내서 열심히 일해보라고, 공영방송 종사자들에게 채찍과 위로, 비판과 격려의 메시지를 듬뿍 보냈으면 좋겠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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