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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행복의 조건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1-12 00:00
행복
게티 이미지 뱅크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가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 행복의 종류와 내용은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바로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게 되면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다른 것이 행복이라고 변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돈은 행복의 필수조건이 될 수도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 건강은 돈보다도 더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입시를 앞 둔 수험생에게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지만, 그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졸업할 때는 취업하는 것이 행복의 전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행복의 조건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굳이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건강해야 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면 행복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과 돈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행복의 조건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몇 가지 행복의 조건에 대한 판단기준과 정도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에 대한 기준만 해도 그렇습니다. 평소 아프지 않고 건강할 때는 건강의 중요함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아프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비로소 건강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분들이 정말 병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두통이나 치통보다 더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내가 감기 몸살로 아플 때에는 주변의 식구들이 나를 챙겨주기를 원하지만, 가족이 감기 몸살에 걸리게 되면 걱정보다는 평소 관리하지 못했음을 나무라기부터 합니다. 참으로 자기중심적인 판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학 중 돈이 없이 약 2주 동안 물만 마시고 산 적이 있습니다. 그 때에는 식사문제만 해결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식사문제가 아니라 집 대출을 갚고 더 좋은 차를 갖고도 싶고 또 때때로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행복한 것인가를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냥 지금의 바람으로는 퇴직 후 빚을 지지 않고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데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돌이켜 보면, 내가 원했던 일을 하고 있고 그리고 어느 정도 내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본다면 분명히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습니다. 때로는 내 능력이 있음에도 남들이 알아주지 못함을 서운해 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됨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남들은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 조차도 못하고 부러워함에도 말입니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물론 나보다 못하다는 기준이 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건강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도 많고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조차 없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 비하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분들을 둘러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보다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니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 사람들에 비해 못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잘 풀리지 않음을 원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반성을 해 보면 행복이라는 것이 어쩌면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더 좋고 더 나은 것에 대한 상한선의 경계는 어쩌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것을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을 갖게 되거나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잠시뿐이고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흔히 욕심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흔히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우에는 욕심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욕심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엄밀히 따져볼 때 그것이 분명한 욕심인데도 말입니다.

'무엇이 행복인가?'를 생각할 때,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행복을 따져서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불행'이라는 것을 따지기는 쉽습니다. 그래서 불행한 것을 따져보고 그 불행한 것들이 내게 없거나 일어나지 않았다면, 행복한 것일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은 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고, 빚으로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고, 아침에 일어나 내가 일할 수 있는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행복의 조건을 따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엇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갖기 위해 아등바등 하기보다 불행하지 않은 지금에 감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록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불행한 것들을 이겨낸 것이 행복합니다. 새로운 행복을 찾기보다 현재 나의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이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 추위도 이기고 행복으로 다가가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주말 한번쯤 내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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