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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암행어사 출도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입력 2018-01-15 17:33   수정 2018-01-18 11:00
신문게재 2018-01-17 21면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조선시대 왕명을 받고 민간인으로 위장해 비밀리에 파견된다. 민심을 시찰하고 못된 고을 수령이나 탐관오리들을 잡아낸다. 


백성의 고통을 실제로 조사하기 위해서다. 파견했던 임시 관직을 바로 암행어사라 했다.

암행어사는 보통 젊은 공무원 중 왕이 직접 또는 의정부 추천 자 중 왕이 선정해 임명했다.

이때, 임명장인 봉서(封書), 구체적인 업무지시서인 사목(事目), 신분증과 권한을 표시하는 마패(馬牌) 등을 받았다.

암행어사는 신분을 감추고 변장, 잠행으로 민정을 살피다가 불법, 비리 사실을 알게 되면 억울한 죄인이나 재판 사례가 있으면 재심해 해결했다. 관리의 부정이나 파행이 발견되면 창고를 봉인하고, 관리를 파직하는 권한을 가졌다.

대동한 하리나 역졸이 마패를 보이면서 "암행어사출도야"를 목청껏 외쳐서 주변 모든 사람이 듣도록 했다. 이렇게 출도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청사의 6방 이속이 모이고, 수령은 암행어사를 영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현대에는 "암행어사 출도야" 대신 엄청난 크기의 싸일렌음을 울리면서 출동하는 구급차와 소방차, 경찰차가 있다. 이때의 싸이렌음은 보통 사람 귀로 가장 잘 들리는 1000-3000 헤르츠의 주파수로 크기는 90-120 dB이며, 외국에서는 최대 130 dB까지 발생한다.

도서관내 소음이 약 40 dB이고, 110 dB의 싸이렌은 이보다 128배 더 큰 소리로, 거의 제트여객기 이륙하는 정도 또는 그 이상을 소리 크기이다. 실로 엄청난 소리로 규정대로 싸이렌음을 울리면 차창문을 닫고 음악을 틀어도 충분히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암행어사가 출도하면 기관장과 주요 간부가 기립 영접하듯, 소방차가 출동하면 주변의 자동차와 사람들은 길 주변으로 정차하고, 소방차 갈 길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병원에서 출퇴근하다가 보는 구급차는 녹색 경광등 키고 싸이렌음을 울리면서 1초라도 빨리 응급실로 가려하지만, 사거리에서 교통신호가 녹색을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적색신호에서 직진하지 못하고 신호대기하는 응급환자 실은 구급차. 더구나 앞선 차도 거의 비끼려하지 않는다.

교통 정리하는 경찰이 있으면 도움을 받지만 항상 볼 수는 없다. 심지어 싸이렌음이 시끄럽다는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불법주차로 소방차는 가고 싶어도 갈 길이 없다. 이런 모습을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한 광경일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수많은 생명이 함께 바다 속으로 빠졌다. 온 국민은 침통하고, 승객은 배안에서 대기하라면서 혼자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 신속한 구조를 못한 해경과 정부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또 우리나라의 잘못된 해양선박 관리시스템과 응급구조시스템을 원망했다.

이제 거의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크게 개선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제천화재, 낚시배 침몰, 신생아실 감염, 요양병원화재 등의 사고에서 보듯이 응급구조, 소방방재, 안전관리, 교통법규준수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다.

부족한 장비와 전문인력, 충분하고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 부족, 사고가 발생할 때만 관심을 가지는 여론, 형식적인 관리 감독 등이 원인이고,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전문인력의 충원과 실제 상황과 같은 반복 훈련 만이 비상시 인명을 구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시설, 장비, 전문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 해결의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관심을 가지고 내일처럼 챙기고, 법규준수하고, 긴급차량을 위해서는 출근길 불편은 감수해야한다.

긴급차량 '출도'가 시끄러운 싸이렌음을 내더라도 민원 대신 수고한다는 격려문자를 보내주자. 우리도 올해부터는 모세의 기적으로 홍해 바다가 갈라져 양 옆으로 물벽을 만들고, 마른 바닥을 만들어 유대민족은 바다를 무사히 건너듯이, 대로가 갈라지고 차벽을 만들어 앰블란스가 고속도로 위처럼 질주해서 응급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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