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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영화 1987과 '박종운' 변절 논란

김성회(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 중앙회장)

김성회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김성회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 승인 2018-01-16 13:26
  • 수정 2018-01-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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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 중앙회장)

요즘, '1987'이란 영화가 화제다. 그 영화로 인해 30여 년 전의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고,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거는 투쟁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매체에서 그 영화에 등장하는 박종철과 선배 박종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즉, "박종철은 목숨 바쳐 선배 박종운을 지키려 했는데, 선배인 박종운은 부천시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며 '변절자'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그런 일부 언론의 논조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다.

과연, 박종운은 박종철이 목숨까지 바치며 지키려 했던 선배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변절'한 것일까? 박종운이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총선후보로 출마한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인 민주화와 인권을 저버린 것이고, 말 그대로 독재에 투항한 '변절행위'인 것일까?



그들은 박종운의 변절의 의미를 '한나라당 입당과 총선후보 출마'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한나라당 입당해 총선에 출마한 박종운은 박종철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화'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고, '독재에 투항'하고 '기득권에 투항'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박종철과 그가 지키려고 했던 선배 '박종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필자가 만나고, 대화를 나눈 박종운이라는 사람은 철두철미하게 '자유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전체주의적인 독재에 투항했다고?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결국, 그들이 이야기하는 '변절의 의미'는 '왜 한나라당에 입당했나'로 귀착된다. 다시 말해 박종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선배 박종운이 어찌하여 민주당을 떠나 '반(反)민주세력인 한나라당에 입당했나'라는 문제제기다. 그 지적의 밑바탕에는 민주화세력 = 민주당, 반민주독재세력 = 한나라당이라는 등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한나라당에서 '반민주' '독재'를 추구한 정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서도 '민주화'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치를 했다. 그런데, 어찌 '박종운'이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총선에 출마한 것이 '변절'이란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자신들만이 '민주화의 가치'를 대표한다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잘못된 독선이 정치적 물리력을 가질 때, '독재'가 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적으로 그러한 '선민의식' '독선적 사고'가 참혹한 독재로 변질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사회주의 저항세력이 집권 후 참혹한 독재적 길을 걷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살했던 수많은 예가 그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선민의식'과 '독선'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선민의식과 독선은 획일주의를 낳고, 그 획일주의는 전체주의가 되며, 독재로 흐르게 된다.

반면 민주주의와 인권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지켜지는 것이다. 따라서 '박종운의 변절'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박종철이 죽음으로써 이룩하려 했던 '민주화'와 '인권'을 훼손하는 독선과 독재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박종운이 '변절'한 것이 아니라, '박종운이 변절했다'며 손가락질하는 그들이야말로 박종철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화의 가치를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성회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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