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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주차장 공유' 신뢰가 문제다

전유진 사회부 기자

전유진 기자

전유진 기자

  • 승인 2018-01-22 15:27
yujinsajin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떻게 한 곳도 없을 수가 있지?"

저녁 모임에 늦은 친구는 한참을 분개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까지 모임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지만, 주차공간이 없어 약속 장소를 눈앞에 두고도 몇 바퀴나 돌았다는 것이다.

당시 노상 주차장은 이미 차량으로 꽉 차 있었고 길거리 곳곳에는 불법주차가 만연했다.



한참을 헤매던 그 친구는 인근 초등학교까지 가게 됐다고 했다. 학교 주차장에는 차량 한두 대만 주차돼 있을 뿐 텅 비어 있었지만 막상 주차를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외부인 차량 금지'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굳게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왜 텅 빈 주차장을 막아 놓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학교주차장은 야간에 열리는 곳도 있긴 있을 텐데…."라고 얘기했지만, 친구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안타까웠다. 대전 서구가 지난 2010년부터 학교 운동장 개방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아직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차난이 가장 심각한 둔산 지역은 지난해 초 문정초 1곳에서 17면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취지는 좋다. 저녁 시간대에 유난히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착안해낸 이 사업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크게 예산을 들여 새롭게 주차장을 지어야 하는 부담이 없다. 학교 측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빌려주면서 주차 시설 개선비용 등을 보조받는다. 시민들은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문제는 신뢰 부족이었다. 지자체의 설득에도 학교 측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일부 시민들의 미성숙한 행동을 걱정해서다. 먼저 주차장을 개방했던 학교 중에서는 사업 재참여를 고민하기도 한다. 간혹 시민들이 저녁에 주차한 차량을 오전 8시가 넘도록 그대로 둬 정작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출근, 등교할 때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경미한 접촉 사고가 날 위험도 존재하는데 이러한 책임의 소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한 몫 거든다.

주차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학교, 시민들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학교와 시민들을 설득하고 도와야 한다. 학교 측은 지자체와 시민들을 믿고 맡겨야 하며, 시민들은 이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도 저녁 약속이 있는 운전자들은 텅 빈 학교 주차장을 옆에 두고도 주차하지 못해 한참을 길가에서 헤맬게 뻔하다. 성숙해진 시민의식으로 신뢰를 회복해 모든 학교 주차장을 공유주차장으로 활용할 날이 왔으면 한다.

전유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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