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자체가 교착 상태인 데다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하는 내용이 헌법에 들어갈 경우 따르겠다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방분권과 자치 확대라는 원론적인 화법에서 맴돌고 있다. 장미대선 때 '수도는 서울, 행정수도는 세종시'라는 이중수도론을 펴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 연계 국민투표 자체를 반대한다. 또 다른 야당의 안철수·유승민 대표는 통합신당 창당 셈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초당적으로 자치분권 공화국을 만들 것 같던 5개 정당은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대국민 약속을 짓뭉개버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행정수도 문제가 새로운 국가 운영의 틀 속에서 논의될 수가 없다. 6월 지방선거 개헌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는 최대 걸림돌은 여야 정치권이다. 자치분권 로드맵에 행정수도가 누락됐을 때 비판하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결정적인 국면에서 지역 시·도당과 국회의원들도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종시 원안 사수에 버금가는 결연한 자세가 없다.
국회 로드맵에 따라 2월까지 행정수도 개헌 조항이 포함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도록 정치권이 나서줘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전략만 있고 행정수도 명문화 같은 휘발성 짙은 사안에 나서길 꺼리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2월 중 개헌안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곧 30년 만에 찾아온 골든타임을 살리는 일이다. 여야가 개헌 불씨를 살려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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