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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최강 한파', 집단의 성장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입력 2018-01-30 13:32   수정 2018-01-30 13:59
신문게재 2018-01-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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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요 며칠 '최강 한파'라는 단어가 연일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로 추위가 계속 되고 있다. 한낮에도 영하 10도 밖으로 내려간 온도를 생각하면 이런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강이라는 단어가 갖는 강력함을 생각하면 매일 등장하는 이 최강이라는 표현이 연일 계속되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기만 하다. 굳이 따뜻한 날이 찾아오지 않아도 추운 날이 더 추운 날에 의해 잊혀지고, 그 속도 또한 무척이나 빠르다. 이미 '최강 한파'는 연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영어식 표현이 일반화된 것의 문제를 여기서 다루기에는 이 공간의 성격과 너무 맞지 않지만, 이처럼 "가장"이라는 단어가 갖는 희소성과 최상급으로서의 가치 상실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익숙하고 보편적인 것들은 우리의 삶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때로 낯설고 특별한 것이 우리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집중하여 바라보게 되는 것은 바로 삶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는 이 익숙하고 보편적인 것들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낯설고 특별한 것을 갈망할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낯설고 특별한 것 역시 익숙하고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보면 그것에 지겨움을 느껴 또다시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된다. 낯설고 특별했던 것들은 이미 일상과 현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것들의 가치는 의미가 없어진다. 단지 나를 자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특정 사건에 대한 인식이나 문제 의식에서도 익숙함과 낯설음의 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 의식을 내포하는 현상도 익숙해지면 "늘 그래 왔어"가 되는 것이다.

1년 전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회적 관심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도 그것이 사람들의 이에 오르내리고 각자의 의견을 격분하여 말하던 순간을 벗어나 이제 상당 부분 무관심해 있는 건 아닌지.

당연히 흥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찾거나 결론을 만들어 내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일반화라는 형식을 통해 무감해지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사회 전체에 희망이나 목표, 이상이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권력의 주인이 바뀌었다거나, 선두에 서는 사람의 변화는 물론 집단 전체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집단이 중점을 두는 사안이 바뀌거나, 집단 전체의 기준이 바뀌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변화는 발생하지만, 사실 큰 변화나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변화의 초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미시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순간 그 집단이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좀더 자극적이고 낯선 문제로 옮겨 가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보다 더 시급하고 심간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변화 정도나 해결 정도를 진단해 보지 않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착각하거나 인식에서 제외시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개혁의 초기나 집단 내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초기에 그를 열망하던 많은 사람들이 집단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쏟아내는 것이 바로 이런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나 소수의 특정 집단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속적인 관심과 일상이 되어버린 문제에 대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을 때 더 건강한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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