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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70. 화려한 단장

입력 2018-02-02 00:00   수정 2018-02-02 00:00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의 준비는 이제 모두 끝났다.

대통령과 세계 각국의 원예 관련 전문가, 주한 각국 대사내외, 꽃박람회의 공인기구인 AIPH 회장을 비롯한 회원국의 임원들, 그리고 국내외 귀빈들과 보도진이 참석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이제 화려한 개막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장장 6개월의 전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 공인행사이자, 한국 화훼산업과 꽃 예술의 수준을 세계에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주관하는 충청남도나 조직위원회는 전 역량을 몰입시켜 준비를 해 왔다.

안면도는 마을 전체가 꽃 속에 파묻혔다.

집집마다 안마당에는 백목련, 장미, 채송화, 해바라기, 다알리아, 파초, 라일락등의 봄여름의 꽃을 심어 놓았고, 꽃이 잘 보이도록 몇 년 전부터 집안의 담장은 모두 없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페추니아, 철쭉, 릴리 등 형형색색의 꽃을 심은 화분을 베란다에 내놓음으로써 안면도 섬 전체가 꽃과 꽃의 향기로 덮여버렸다.

서산 AB지구가 끝나는 도로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탄성을 금치 못한다.

가로변에는 구간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1년생 화초를 연이어 심어 길을 마치 비단 길같이 수놓았고, 동시에 안면도 꽃 박람회장을 안내하는 베너가 2미터간격으로 줄지어 내 걸려 있어 꽃 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흥분으로 벌써부터 들뜨게 하였다.

꽃 박람회장 앞으로 25km.

관람객들은 화려하고 색의 향연이라 할 꽃 박람회장을 그리면서 버스 안, 승용차안 할 것 없이 조바심에 얼굴들이 붉게 상기되어 버릴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관람객들이 파도같이 밀려 올 것을 대비해 여성취향의 음식 메뉴와 베너, 화장실 준비등 조직위는 최선을 다해 손님들을 환영하였다.

꽃지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외길 도로가 끝나는 곳이 박람회장이다.

진입로에는 한껏 더 화려하게 꽃을 심어놓았고, 가로수는 한창 물이 오른 벚꽃이 눈같이 하얗게 푸른 잔디위에서 배색의 대비를 선명하게 하였다.

롤 잔디. 4월에 잔디는 아직 파랗게 색깔이 나오지 않는 법.

마치 카페트위에서와 같이 양 잔디를 미리 식재하여 온실에서 가꾼 다음 둘둘 말아 잔디를 심어야 할 곳에 규격에 맞게 오려서 전시장을 장식한다.

흙이 보여서는 안된다. 흙이 보일 곳에는 파란 잔디를 깐다.

박람회장은 티끌하나 없이 물로 청소하고 파란잔디와 꽃이 더욱 돋보이게 시든 꽃이나 가지를 쉼 없이 정지해 준다.

커다란 아치를 지나 주차장에 도달하면 주차장은 개나리 진달래 장미 목련등 꽃 이름을 따서 구획을 지었다.

'우리 소형차는 나리꽃 구역이야.'

꽃 박람회장은 화가가 천 가지 물감으로 그려 낸 한편의 선명한 회화였다.

박람회장의 입구부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한국 화훼협회에서 특별히 재배한 파란 장미 넝쿨 입구.

파란장미.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장미 빛깔이다.

기존의 백장미에 특수 배양액을 주어 장미꽃이 물대신 파란 배양액을 흡수함으로써 꽃 색깔이 서서히 파란 하늘빛으로 물들어 간다.

도우미의 미소를 받으며 입구를 들어서면 첫 번째 보이는 파빌리온이 주제관이다.

박람회의 명예를 걸고 세계 수준의 전시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꽃의 메시지"라는 주제.

꽃의 5감이라는 안내 표지 마다 전시장은 뚜렷하게 구분되어 꽃들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꽃의 촉각.

만지면 움직이는 미모사 등의 우리나라 식물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내온 15가지 종류의 동작을 보이는 꽃과 식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꽃의 청각. 음악을 틀어주면 춤을 춘다는 곤명시의 舞草.

꽃의 후각. 냄새가 시시각각 변한다는 새로운 원예품종 신종 백합, 스위트 스멜 릴리.

꽃의 미각. 듣도 보지도 못한 세계 각국에서 온 식용 꽃들이 입맛이라기보다는 시각을 황홀하게 한다. 포트 메리골드, 딜, 스냅 드래곤…….

생소하기만 이름의 희귀한 꽃들이 저마다 사람들을 반긴다.

꽃의 시각. 노란 색깔의 무궁화.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아이스크림 튜울립.

세상에서 가장 큰 쌍둥이 야자씨앗.

이 나무는 30m까지 자라고 꽃이 피는 데는 30년 이상이 걸리지만, 씨앗이 수확 시 35cm에 20kg이나 된다.

불에 타야 꽃이 핀다는 호주 특산의 글래스트리.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꽃의 색깔을 보여주는 적외선 탐지기.

밤에만 피어나는 달맞이 꽃 종류의 시간 감각.

꽃시계를 만들어 꽃들이 자기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피는 성질을 이용하여 꽃이 피어 있는 화단으로 시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이 꽃시계는 스웨덴정부의 지원을 받아 칼 폰 린네의 상상력으로 현재도 작동되고 있는 스웨덴 웁살라의 꽃시계를 모방하여 만들었다.

사람들은 낙원이 있다면 이곳이라고 여길 것이다.

꽃이 없는 낙원들 상상할 수 있는가.

꽃이 피어있지 않은 천국을 상상할 수 있는가.

꽃이 있는 곳이 낙원인 것이다.

꽃은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할 것이며,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하게 할 것이다.

주제관의 하이라이트는 사이버 터널이다.

뉴질랜드의 평원에서 찍은 개활 된 정원에서 꽃들이 하늘에서 눈꽃같이 내린다. 빅토리아 섬의 부차드 가든의 꽃들이 폭포수 같이 쏟아진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대하면 사람들은 말을 잊어버린다.

그저 탄성, 탄성 만이다.

주제관의 거의 끝부분에서 사람들은 일본 국화와 매화 문양이 곱게 들어가 있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이게 무얼까?"

"말하는 꽃입니다."

"예? 말을 한다고요? 어떻게?"

"자판으로 말을 걸어보십시오."

모니터 앞에 동양란 춘란 한 분이 얌전히 각종 코드를 잎과 줄기에 연결한 채 다소곳하게 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자판을 입력한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모니터에 웨이브파장이 서서히 나타났다.

그리고 모니터 아래쪽에는 글자가 나타났다.

"안녕"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도우미에게 물을 것이다.

"꽃이 말을 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는 또 다른 자판을 두드렸다.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 조금 추워요"

"춥단다. 온도 좀 높이셔야겠어요"

놀랍고 놀라운 장치였다.

"이 장치를 무엇이라고 하죠?"

"플라워텔레스코우프, 아니 「아웃터넷」이라 합니다"

"「아웃터넷」이라고요?"

"그렇습니다. 플라워텔레스코우프…… 하지만,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제작자의 요청으로……「아웃터넷」입니다."

춘란 옆에는 고무나무가 정갈하게 잎 단장을 하고서 대화를 할 채비를 하고 서 있었다.

"배고프지 않아요?"

"……"

"목마르지 않느냐고 말해 보십시오"

"목마르지 않아요?"

"좋아요"

"자기 감성과 맞아야 대화가 순조롭다고 합니다"

박람회장에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 세계는 여기 안면도에서, 올 봄 꽃박람회의 개막식부터 폭풍우가 몰아칠 것이다.

저기 저 남미에서 파닥거리는 나비 한 마리가 태평양에 태풍을 불러오듯.

이윽고 사람들은 또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 하나 때문에 잠을 못 이룰 것이다.

게티
튜라플리네스.

작년에 몇 년간의 연구 끝에 한국의 과학자들이 완성시켰다는 절세의 꽃.

식물이자 동물의 성질을 다 가지고 있는 양성의 꽃.

남성 트랜스 젠더들이 여성보다 더 늘씬하고 더 아름답듯이 튜라플리네스는 어떤 꽃보다 곱고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이었다. 더욱이 그 꽃은 쉽게 지지 않는다.

튜라플리네스는 특별 전시관 속에서 5송이가 피어있었다.

네덜란드 정부와 한국 정부의 긴밀하고 엄격한 감시와 협의 하에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의 전시에 한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의 「22세기 미래 연구소」에서 재배하여 기증한 단 몇 송이의 꽃이었다.

그리고 막스 쉬뢰더3세의 적극적인 청원이 있어서 전시는 가능했다.

꽃의 개발자인 아버지의 일생을 건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고고한 자태를 꼿꼿이 세우고 튜라플리네스는 사람들의 눈길 속에 깊이깊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사람들이 꽃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지 못하게 예쁜 유리 전시관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이 더 꽃을 고귀하게 보이게 하였다.

그렇지만 살짝 풍겨 나오는 귀부인의 향수같은 저 향내…… 위험한 유혹이었다.

사람들의 넋은 반쯤 나갔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 전시관 마지막 부분에 별도의 전시관이 또 하나 있었다.

전시관 속을 들여다 본 사람들은 또 다시 비명을 질러야 했다.

황금 꽃. 이 또한 한 번도 보지 못한 꽃이었다.

"이게 무슨 꽃이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렇지요. 누구나 처음입니다. 이 세상에는 없는 꽃이니까요."

"무슨 꽃인데요?"

"코아세르베이트입니다"

"그게 무엇인가요?"

"최초의 생명 꽃입니다."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입니다."

"예?"

"작은 구체로서 원시 지구와 같게 이온과 pH를 알맞게 조절한 물에 어떤 고분자 다시 말하면 원시 지구에서 생성된 농축된 유기분자들을 주입하면 이런 모양의 물질이 생깁니다.

지구상 최초의 생명의 단초가 되는 물질이죠.

이 물질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계속 적합한 물질을 선택해 받아들이다가 결정적인 크기에 이르면 분열하여 그 수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즉, 물질의 선택적 흡수, 생장, 분열, 개체수의 증가라는 생명의 특성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거죠. 바로 이 세상 최초의 생명이 탄생된 것입니다. 바로 그 물질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황금으로 연출하여 조각한 것입니다."

황금꽃은 황금으로만 조각된 것이 아니었다. 둥그렇고 탐스럽게 생긴 수국 모양의 꽃이 음각과 양각으로 여러 가지 분양이 새겨져 있고, 마치 모란 꽃 같이 수 없는 꽃잎들이 개화되고 있는 꽃이었다.

문양은 바로 생명의 정보인 DNA와 RNA무늬라고 했다.

무늬는 황금조각에 백금으로 상감되어 있었고, 꽃을 받치고 있는 잎들은 푸른 에머랄드와 유리, 자수정들이라 했다.

아름다웠다.

생명의 원초는 저토록 아름다운 꽃이었던가.

그리고 황금 꽃을 받치고 있는 좌대에는 이렇게 금으로 새겨져 있었다.

'생명의 존귀함을 영원토록 간직하며 아름답게 꽃 피우리라는 충남 도민들의 꿈을 담아……'라고 하면서 도민들의 금모으기를 통해 제작에 이르게 된 경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주제관이 끝나면 코스모스관이 이어졌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전시업체들 또는 화훼예술가들이 참여한 해외 참여관이다.

가장 인기가 좋은 전시관이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내덜란드, 저마다 특색이 있었고 나름대로 나라의 명예를 걸고 전시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꽃 전시관이었다.

프랑스관 앞에는 주곤중 부장이 고집하여 전시한 하나의 가지에 3색의 꽃이 피는 꽃나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비바 드 프랑스'

코스모스관에 눈에 띄는 부쓰가 하나 있었다.

'라이덴 식물 유전공학연구소관'

라이덴 연구소관은 유전자합성을 통해 생산한 꽃들이 전시되어 매우 특색있는 전시관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식물이 있었다. 다른 전시관과는 달리 어둡게 조명을 한 전시관 속에서 푸른색의 형광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환상적인 터어키 담배잎.

관람객들은 모두 카메라를 꺼내 들지만 이 전시관 앞에서만은 프래쉬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관람한다기보다 경배한다고 해야 할까.

모두들 십자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면서 관람하는 신성한 꽃.

'예리코의 장미'였다.

코스모스관에 이어 무궁화관.

무궁화관은 국내 업체들과 자치단체들이 참여하는 관이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분재관.

야생화관.

전시관뿐만이 아니고, 꽃 박람회장 자체가 꽃전시장이었다.

바다로 향하는 언덕에서 모래사장까지는 인공 연못을 길게 파서 연꽃을 띄우고, 주변은 유채화로 빙 둘러 연출하여 푸른 바다와 유채화의 노란 색깔이 더욱 더 돋보이게 하였다.

안면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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