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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독일 드레스덴을 다녀오며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배재대 교수

강우성 기자

강우성 기자

  • 승인 2018-02-04 11:09

신문게재 2018-02-05 23면

이영우교수님 사진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
2018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인사를 하기에는 날이 많이 지났을까요?. 올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살얼음 같습니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꽃집에서 프리지어 꽃을 봤는데 마음은 벌써 따뜻한 봄이 기다려집니다. 아마도 잠시 지나가는 위안처럼 따뜻했나 봅니다.

늘 바쁜 일상을 살다 느끼는 이런 작은 위안은 본질에서 내성적인 내게 내 목소리를 실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 일을 쉼 없이 하고 처리해 오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지날 때가 많습니다. 입버릇처럼 바쁘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내 목소리를 내려고 바쁜 건 아니지만, 때론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자고 나면 어제보다 늘어져 있는 몸뚱어리를 봅니다. 열정 앞에서 힘을 낼 수 없는 나약한 덤덤함.

젊은 날은 가고 있고 욕망 어린 한숨이 남기도 하지만 시간은 정직하게 저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과분할 정도로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 본업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 전시를 통해 충전하고 여전히 되는 대로 여행을 합니다. 일과 함께 진행되는 여행이지만 잠시 일상을 벗어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니 귀하고 소중합니다.

지난달 3일부터 13일까지 저는 대전작가 5명과 함께 독일 드레스덴과 베를린전시를 위해 독일에 다녀왔습니다. 전시할 그림을 큰 가방에 싣고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외국전시를 기획하고 많이 다녀온 터라 동행한 일행들과 독일전시를 원활하게 진행했습니다. 전시 기간 현지통역사를 통해 독일 시민과의 교류를 진행했고, 전시가 끝나면 현지사정을 고려해 드레스덴 시 주재면담과 오찬도 진행하면서 교류협력관계도 더욱 든든하게 있었습니다. 또한, 드레스덴 예술축제 운영위원회와 협력해 같은 달 9일부터 1월 18일까지 베를린에서 추가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예술은 어쩌면 꿈꾸는 일이고 꿈의 차원을 부단히 모색하는 작업이고 무르익어가는 꿈의 경지가 될 수 있도록 전시를 통해 일상을 꿈으로 치환해 놓은 놀라운 연금술의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시간은 분명 다릅니다.

독일 드레스덴 전시는 대전시의 문화예술을 독일 드레스덴에 소개해주고 시 미술에 있어 우리의 심성과 기질에 맞는 그들의 인식 속에 대전이라는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 그 역할이 있다 하겠습니다.

독일 드레스덴 예술축제는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입니다. 대전시는 독일 드레스덴 시와의 문화 협력교류도시로서 도시 간의 협약서를 체결하여 5회째 문화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독일 드레스덴 작가 3명을 대전 국제아트쇼에 초청해 그들의 문화예술을 대전 시민과 대전 예술인들에게 소개해주었고 그에 따른 독일 드레스덴 시 문화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대전시도 독일 드레스덴 아트페어에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게 되어 서로의 지역 간의 문화예술 왕래를 활성화 시키는 데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시 미술협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작가들과 독일 드레스덴에 가는 일이 뿌듯했습니다.

독일 드레스덴은 아시다시피 유명한 문화예술의 도시입니다. 세계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지금까지도 재건하고 있는 문화도시입니다. 드레스덴 시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하고 그들이 전쟁의 아픈 역사를 치유해 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들의 자세와 예술인을 대하는 자세에 고마움마저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홈스테이했던 독일인의 일상을 접하면서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에 물질 만능에 젖어있는 우리네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일인들의 정서를 우리의 특유 정(精)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았어도 문화로서 아니 그림으로서 우정을 돈독하게 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올 10월에 있을 대전 국제아트쇼 때 독일 작가들이 오게 되면 더 반갑고 끈끈한 신뢰로 두 국가의 문화가 협력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면 독일인들의 가정에는 그림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도 예전보다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구매까지 이르기엔 많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쇼핑의 최고봉은 그림구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듯이 예술이 고파서 그림을 구매하고 집에도 걸어두어 마음이 풍성해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대전 시민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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