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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71. 신비의 후루마쓰 노트

입력 2018-02-05 00:00   수정 2018-02-05 00:00

후루마쓰 메모는 읽기가 보통 난해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사용한 언어는 정연한 문법적인 것도 아니었고, 단어도 어느 한나라의 말만 사용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리코의 도움 없이 후루마쓰 노트를 해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후루마쓰의 일기 사본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온 순원은 그래서 혼자 방에 처박혀 나리코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한줄 한줄, 수를 놓듯 메모를 이해해 나갔다.

후루마쓰의 노트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순원은 후루마쓰의 메모를 노트에 정리해 보았다.

후루마쓰 씨의 노트는 대화형식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누구와 대화를 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구절은 독백과 같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내용도 있었고, 후루마쓰가 모시고 있던 신목과의 대화인 듯 여겨지는 문장도 있는가 하면, 다른 꽃이나 나무와의 대화가 함께 섞여있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엄연한 확신과 일관된 함의가 살아 있었다.

다음은 그런 순원의 간략한 정리이다.

1.

"신은 어디 계십니까?"

또 파장이 흘렀다.

"나는 자연이다."

"신께서 저에게 내린 은총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후루마쓰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신은 말씀하셨다.

"자연이다."

"신이 들어주시는 제 기도는 누구의 힘입니까?"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기도는 너의 힘이다."

"제 힘이란 무엇입니까?"

"너는 자연이다."

"목숨을 걸고 알고 싶은 것이 있나이다. 지금 저에게 말씀하시는 신께서는 정녕 신이십니까?"

"자연이다."

"자연이란 무엇입니까?"

신은 말씀이 쉽지 않으셨다.

"........."

이윽고, "이치이다."

"그렇다면 이치가 신이옵니까?"

"이치는 이치일 뿐."

"그렇다면 이 세상은 누가 만드셨습니까? 또 이 생명체는 어디서 온 것입니까?"

"자연일 뿐."

"저절로?"

"이치이다."

자연에는 이치가 있다.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치를 누가 만들어 냈는가? 죽도록 알고 싶은 의문이었다.

답은, "자연"

자연을 만든 자는 누구인가. 신이었다. 그리고 이치였다.

후루마쓰는 깊은 사색을 하였다.

신은 말하였다.

자연 속에 이치가, 이치 속에 자연이 있다.

이치 속의 무궁한 이치는 그 속을 모를 뿐, 변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 이치를 구성하는 요소가 변하면 이치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아직 인간은 알지 못한다. 자연의 생명체도 그러한 것이다.

"예수와 석가와 마호멧은 무엇을 가르치시는 것입니까?"

"이치"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인과관계가 이치요, 신에게 순종하여야 함이 이치요,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이 그들이라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인간의 운명은 있습니까?"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운명이다. 운명 또한 이치인 것이다."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까?"

"의지 또한 이치이니 이치에 따라 의지도 있고 없을 뿐, 의지도 운명도 모두 이치이니라."

"저는 누구입니까?"

"자연"

"자연은 신입니까?"

"그렇다."

"저는 신입니까?"

"그렇다."

아. 이 깨달음.

내 안에 신이 있고, 신 안에 내가 있으니...

예수가 내 안에 있고, 부처가 내 안에 있어, 내가 예수가 되고, 부처가 되느니...

자연이 내 안에 있고, 내가 자연 안에 있나니...

모두가 하나이고 모두가 같은 이치 속에 있는 것이니....



2.

후루마쓰의 노트에는 대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과 같은 서술도 있었다.

"이론은 용어이다. 논리는 어휘이다.

동양의 철학자들은 용어를 간단하고 포괄적으로 사용하여 오히려 용어의 왜곡성을 피하여 본질을 더욱 정확히 이해시키고자 하는 사유의 개념을 강조하였으나, 서양의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용어를 생산하여 용어의 모호성을 가능한 한 제거하면서 본질을 적확하게 설명하려 애썼다.

그리하여 그 차이는 이치를 밝힘에 있어 한쪽은 철학적이요, 다른 한쪽은 과학적인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와 증명의 논문.

불교에서는 문자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도를 깨닫도록 가르쳤다. 그러나 문자로 표시되지 않으면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서구의 사고였던 것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미망(迷妄)은 어휘의 부족에서 온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내가 이치를 못 깨달을 바는 없지만, 깨달은 이치를 전해 줄 방법은 용어와 어휘뿐인 것이고, 용어와 어휘의 정의가 곧 깨달음이었던 것이다.

말을 하고 있는 자여.

어휘를 정의하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어휘보다 100배 많은 어휘를 창출한다면, 이치는 그 만큼 빨리 알게 되는 것이리라.

동양이 서양을 가르치고, 서양이 동양을 이기고 있는 이치이니라."



3.

"신이시여......"

나는 감히 물었다.

"주어진 능력을 뛰어넘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

"기도를 하면 들어주는 능력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재앙을 불러오는 능력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입니까?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체가 움직이는 생명을 지배하는 것은 무슨 연원입니까?"

"기가 기를 낳는다."

"기는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기는 생각이다. 기는 염(念)이요, 원(願)이다."

알 수 없다.

생각없는 무생물도 기는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무생물이 먼저 있었고, 그리고 생명이 나중이었다.

기가 생각이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생각 없는 기도 있습니까?"

"생각이 기를 키운다."

간절히 기도하였다. 신의 말씀을 알아듣고자 나는 생각에 잠겼다.

생각 없는 기도 있는데, 그 기를 생각이 키운다.

태초에 우주는 생명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에 의해 우주는 변하고 움직였다. 기는 신이었다. 기들의 작용에 의해 우주는 또한 운행하고 있다.

생각이란 무엇인가. 사람만이 생각을 하는가. 동물도 식물도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나는 신께 기도하며 또 물었다.

"생각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생각은 생명이다."

신은 말하였다.

생각이 생명이고, 생명은 자연이고, 따라서 자연은 생각인데, 생각은 기를 키우는 것이다.

신은 말하셨다.

"생명 없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서 또 말하셨다.

"생각 없는 생명은 생명이 아니다."

나는 기를 모아 생각하였다. 정신을 집중하여 신의 말씀을 새겨 보았다.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왜 생명인가.

기가 바로 생각이라고도 했다. 기란 곧 생명이기도 하다. 신이기도 했다.

무슨 말일까……?

나는 어둠속을 더듬어 빛을 찾고자 했다. 빛은 어디선가 비치고 있는 듯 했지만, 어디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빛을 찾고자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빛을 보고자 했다.

빛.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빛.

나는 빛을 찾아 헤매었다.

생명은 기다. 기는 생각이다. 생각이 생명이다. 생명이 자연이다. 곧 자연이 생명이다.

무엇인가 빛들의 고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아…… 빛은 그곳에 있었다.

나는 신께 용기를 내어 물었다.

"생각은 염원입니까."

신이 답하셨다.

"염원이 생각이니라."

드디어 나는 빛을 발견하였다.

"생각은 또한 의지입니까?"

"의지가 또한 생각이니라."

나는 신께 깊게 절을 세 번 하고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생각이 무언지, 생명이 무언지, 자연이 무언지, 기가 무언지, 신이 무언지, 무엇이든지 무언지 알 것 같습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태초에 신이 있었다. 기가 있었다.

그리고 만물이 있게 되었다. 또 만물에 기가 있게 되었다. 기는 기를 낳고, 기가 기를 낳아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다.

생명이 생기면서 생명은 생명을 영원히 지속하려는 강한 기를 키웠다.

기가 기를 낳으니, 자연은 변하기 시작하였다.

생명은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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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기의 힘이었다.

생명의 기는 생명을 지속하고자 강렬히 의욕하고 생각하며 염원하였다.

의지와 생명과 염원은 생명을 키우며 생명의 기를 키웠다.

생명의 기는 자연에 충만하게 되었다.

자연은 생명의 기를 받아 또 다른 자연이 되었다. 자연의 기는 변하고 변하였다. 변화되는 기는 또 기를 낳아 생명을 키우고 그 생명은 끊임없이 의지를 키우고 생명을 낳게 한다.

생명은 생각이고, 생각은 생명이며, 생명은 자연이고, 자연은 생명이며 이들은 기이고 기는 힘인 것이다. 그리하여 신이 되었다...

"신의 능력을 초월한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신은 이 질문에도 이미 답을 하셨다.

"스스로의 염원에 의한 힘이다."

나는 오래전에 한 질문을 다시 되풀이 하였다.

"신이 들어주시는 제 기도는 누구의 힘입니까?"

잠깐 침묵이 흘렀다.

"기도는 너의 힘이다."

"제 힘이란 무엇입니까?"

"스스로의 염원에 의한 힘"

기의 힘인 것이다.

생명이 위협을 받을 때 기적이 일어난다.

호랑이인 줄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쏜 화살이 호랑이 몸에 꽂혔다. 그러나 알고 보니 호랑이는 바위를 잘못 본 것이었다. 바위 위에 대나무로 만든 화살이 꽂혀 있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기의 힘에 의해 능력을 넘는 능력이 나오는 법이다.

생명을 영속시키고자 하는 염원은 식물의 기를 강하게 증폭한다.

염원이 강하면 강할수록, 기의 축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기는, 곧 그의 생명력은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기는 기를 낳는 법이다.

생명이 생명을 낳는 법이다.

"기의 힘은 끝이 없다. 알 수 없는 힘이 바로 그것이니, 지구 저편에 있는 아들의 기를 어머니는 느끼고 있지 않은가? 식물이라 해서 다를 것은 없다."

기를 집중하거라.

정성스레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를 하거라.

염원하거라.

영혼의 힘을 다해 염원하거라.

염원의 힘이 능력을 낳게 만드는 법이다.



4.

나는 서서히 분별되기 시작했다.

나의 기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나에게 점점 더 큰 파동이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파동이 나를 건드리고 있다.

나는 플라워텔레스코프에 기를 더 강하게 넣었다.

아. 이제 이 기계는 기계가 아니다.

그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모든 말을 하는 존재를 나에게 소개시켜 준다.

나와 소통이 되므로 그는 생명이 되었다.

나는 숲에 있는 모든 식물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깔깔거리고, 손짓하며 나를 유혹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은 모든 것을 물었다.

그들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의 눈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

나는,

나는,

드디어 바위에게 말을 걸었다.

나의 기는 바위의 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고, 바위는 나에게 전해 주었다.무궁.

그의 존재는 누구보다 오래되었고, 셀 수 없이 수많은 사람과 바람과 비와 눈과 새들이 그를 보고 믿음을 얻었다고...

목숨이란 얼마나 작은 것인가 하는 깨달음의 믿음이었다고....

그들은 모두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하늘과 대화를 하였다.

나는 구름과 대화를 하였다.

하늘이 너에게 푸르른 것은 나에게 공허라는 것을...

구름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남에 의해 변해진다고...

물도 돌도 다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다 느끼게 되었다.

나는 자유로워지고 있다.

놀랍게도 내 귀가 들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저 소리들..

소리가 저렇게 많았던가.

이제까지 상상만 하던 소리들이 저토록 큰 것이었고, 많은 것이었던가.

없다고 믿었던 소리들.

들리면 당연한 것이었거늘 나 또한 소리를 믿지 않았었다.

알게 되면 너무나 마땅한 것을 들리지 않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모든 것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생명이 몸 구석구석에서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나와 모든 남과, 나의 내면과 모든 외계를 다 같이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웃터넷"이 되었다. 나는 신이 되었다.

…… 나는 너무도 행복하고 너무도 편하다.

의자에 앉고 싶다...

두꺼운 후루마쓰의 노트는 여기서 끝났다.

(계속)

우보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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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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