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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원숭이 복제 그리고 인류의 미래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8-02-11 09:43
  • 수정 2019-04-29 09:03
이준원교수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지 20여년, 황우석의 가짜 인간 배아줄기 세포 사건이 일어난 지 18년 만에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원숭이 복제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동안 개, 소, 쥐 등 많은 동물 종이 복제됐지만, 영장류 복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난자 세포안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의 핵을 이식한 이 난자를 대리모에게 이식하면 복제 생물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체세포가 가지고 있는 완전한 유전자는 ‘체세포 핵 치환 기술’을 통해 필요한 동물에게 이식되거나 만들어진 배아줄기 세포는 특정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인간의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액션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희생돼야 하는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닌 단지 도구로써 사용되고 있다.



시간이 흐른 먼 미래에 복제 반대 시위나 인간복제 금지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고 불로장생의 방법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2000년에 상영된 ‘6번째 날’이라는 영화는 인간복제를 상업화한 조직에 대항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미래 세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 주고 있다. 1968년에 처음 상영된 ‘혹성탈출’은 엄청난 충격을 준 영화였다. 1973년까지 나온 시리즈 영화에서 핵폭발로 인한 돌연변이 인간이 나오며 원숭이들의 지능이 발달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2011년 새로운 줄거리의 ‘혹성탈출’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실험동물인 원숭이들의 신경세포들을 발달시켜 지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결과로부터 시작된다. 유인원에게 실험용으로 사용된 바이러스는 재조합을 일으켜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독감바이러스가 되고 면역을 가진 소수의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이 죽게 된다.

미래 사회의 인류는 자연적으로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나는 하류 계층과 요즘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우수한 유전자만 가지고 태어난 선택적 상류계층으로 나뉠 수 있다. 1997년 ‘가타카’라는 영화에서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형과 우성형질만 가진 수정란으로부터 태어난 동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열등한 인간인 형 빈센트는 유전적으로 우성인 인간으로부터 혈액, 머리카락, 소변 등을 제공받아 신분 세탁을 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항공우주 회사에서 우주비행사로 성장한다. 형과 동생은 바닷가에서 더 멀리 수영하여 돌아오는 시합을 하곤 했는데 항상 동생 안톤이 승리한다. 빈센트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사력을 다해 단 한번 승리했고 이때부터 열등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위와 같은 영화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먼 미래에 나타날 수 있을까?

2017년 12월에 한국과학창의재단과 배재대는 과학과 문학의 융합프로젝트인 ‘과학과 시의 대담한 대담’을 개최했다. 과학자와 시인들의 만남을 통해 융합의 접점을 찾아보고자 했던 이 프로젝트에서 나타난 공통된 키워드는 ‘꿈과 상상’이었다. 예술가들은 미래의 세계를 상상과 꿈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고 과학자들은 상상을 통해 얻은 사실을 증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서로 멀지 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래 사회에는 복제인간으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과 가정의 파괴가 나타날 수 있고 로봇의 등장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생길 것이다. 팔과 다리는 로봇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말이 필요 없고 뇌로 소통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고 평균 수명은 140살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컴퓨터와 연결된 뇌 과학, 유전자 코드로 만든 컴퓨터, 가상현실 게임, 그리고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상상의 산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상의 산물들 중 먼 미래에 인간의 인체 탐험이 모두 끝나고 그 신비가 풀리는 날에 다가올 수 있는 현실들과 인간의 욕망이 결합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과학의 발달이 세계의 모든 비밀을 밝혀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 참다운 행복을 누리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새롭게 나타나는 질병은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발전은 인간의 가치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인류의 미래가 파괴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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