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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벌써부터 평창 이후가 걱정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입력 2018-02-17 19:52   수정 2018-02-18 12:35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애당초 김정은의 머릿속엔 평창 동계올림픽은 없었다. 국제사회의 ‘북한 옥죄기’가 그 효력이 나타나면서, 궁색한 처지에서 탈출하려는 기회 포착만 노린 것이다. 어려울 때 돕는 게 동족 간의 인정이라지만, 북한은 70여 년 동안 격리된 채 우리와 다른 체제로 지탱해왔다. 둘 사이에 괴리가 깊어 감성적 접근만으로 동족 운운 하기에도 너무 멀리 가 있다. 게다가 핵을 가진 북한이다.

핵을 갖기 위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의 따돌림마저 감내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소원해졌고, 국제사회에서 편을 들어주는 상대도 전무한 현실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힘을 길러왔기에 스스로 설치했던 위리안치(圍籬安置)를 걷어차고 나올 태세다. 주변을 둘러봐도 기댈 곳은 동족뿐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남남갈등이 깊숙이 자리한 남한이 가장 좋은 상대다.

돌이켜 보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은 실익은 별로 없다. 정상회담 이후에 한반도의 정황은 어떻게 변했는가. 하나하나 짚어보면 한숨만 나온다. 오히려 정세가 더 불안해졌다. 누구의 잘못으로 매도하기 전에 신중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상회담이 전가의 보도인 내비쳐지고 있다. 자명한 것은, 북핵이 있는 한 한반도는 불안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파상적 공격에 시달릴 것이다.

국익을 챙기기 위한 외교적 협상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진심과 자존의식 및 자신감, 거짓과 오만, 기만 등 갖가지 술책마저 동원된다. 이에 따라 협상에 임하기 전에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대응책이 요구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정황이 어지럽게 펼쳐지는 이 와중에, ‘바람 앞의 촛불’로 비유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 맘에 걸린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코너에 몰린 것은 북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패를 먼저 다 보여주고 애걸복걸하는 설익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통령은 물론 지도층 인사가 타국 인사와 갖는 식사는 외교 행위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통일부 장관까지 끼니 때마다 김여정을 위한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김정은의 친서 전문이 공개된 바가 없어 찜찜한 터인데, 희희낙낙하면서 꼭 이래야만 하는지, 참 남사스럽다. 지도층의 행위는 무거워야 한다. 과공도 도를 넘어서면 상대에게 굴종과 비굴함으로 내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피 터트리기’의 공세에 우리가 끼어들 작정이면 처음부터 단단한 각오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북미대화를 위한 중개·중재·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도 불투명하고 북한에 매달리는듯한 행위가 불안감을 야기한다. 작년부터 북한과 물밑에서 협상해 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실행과정에서 북한은 우리 속셈을 이미 간파했다고 본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신년사는 우리와의 물밑대화를 통해서 나왔다고 예상된다.

아무튼 남북한 단일화의 열풍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고 평창의 열기는 개막 전부터 식어버렸다. 이렇듯 시큰둥한 민심의 표출은 정부의 아리송하고 우매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훗날 이 대목은 다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방문일정마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의기양양하게 내려온 북한이다. 청와대에 들어가서야 김여정은 특사임을 자인했다. 특사 여부도 모른 채 대면한 문 대통령의 위상과 체면이 안타깝다. 북으로 되돌아 간 김여정은 신이 난 모양이다. 김정은이 김영남과 김여정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북한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난다. 걱정되었던 일이 만족스럽게 풀려간다는 의미다.

허나, 우리 국민의 반응은 이전과 다르고 특히 젊은층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개인주의 성향이 표출되고 있다. 레퍼 벌레소년의 ‘평창유감’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금의 이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통일을 꼭 해야만 하나? 이러다가 통일의 당위성(sollen) 마저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젠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희망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위란에 빠져드는 한반도. 평창 이후의 동향과 향방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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