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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지진, 각자도생(各自圖生)에서 공존동생(共存同生)으로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8-02-20 07:52
서장원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비상식량, 방독면, 구급함, 텐트, 자가발전 램프, 담요, 우의….

최근 이 모든 것이 담긴 생존 배낭 세트를 파는 온라인 마켓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규모 5.8의 9·12 경주지진에 이어 약 1년 만에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과 그에 따른 여진으로 지진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국민의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소비 행태로 보인다. 각자가 스스로 제 살길을 찾는 각자도생의 방법으로 지진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지진 규모별 순위 1, 2위를 기록한 9·12 지진과 작년 포항 지진이 모두 경북에서 발생했지만, 대전·세종·충남지역도 지진 발생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1978년 10월 홍성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은 부상 2명의 인명피해와 약 2억 원(당시 화폐가치기준)의 재산피해를 입혔고,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간 대전·세종·충남지역에서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8.1회 발생하였다.



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피해 경감을 위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현대 과학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상청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진 전조 현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단층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속한 분석 및 통보와 더불어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면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그 방법의 일환이 바로 '지진조기경보' 서비스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피해를 일으키는 지진파(S파)가 도달하기 전에 S파보다 더 빨리 전파되는 P파를 탐지하여 신속하게 지진 발생 상황을 경보하는 서비스이다. 기상청은 2015년 1월부터 지진조기경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7년 7월부터는 관측 후 50초 이내 통보하던 지진조기경보를 15~25초로 단축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였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지진정보 제공을 위해 2016년 9·12지진을 계기로 11월부터 기존에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에서 발송하던 지진관련 긴급재난문자방송(CBS) 업무가 기상청으로 일원화되었다. 이를 위해 자체 긴급재난문자 송출시스템 개발을 완료(2017년 12월)했고, 이동통신사와 시험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에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작년 11월 15일 에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긴급재난문자가 최초 관측 후 20여초 만에 국민에게 송출되었는데, 이는 실제 충격파보다 부산은 약 1초, 대전은 약 19초, 서울은 약 41초 정도 더 빠르게 지진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되어 불안감 해소 및 대처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다만, 기상청 자체 시스템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 행정안전부 시스템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지난 2월 11일 규모 4.6의 포항 여진에 대한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최초 관측 후 7분여 지연된 것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것이다. 또한, 3G 휴대전화 사용자, 수신 거부 설정 시, 통신 등 긴급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더 많은 국민에게 신속하게 지진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라디오, 지방자치단체의 긴급경보체계, 휴대전화 메신저 등 다양한 전달 매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2018년까지 국내 지진의 경우 관측 뒤 지진조기경보 발표 시간을 7~25초로 단축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현재 260개인 지진관측소를 2018년까지 314개소로 확충할 예정이다. 대전지방기상청은 매년 지진관측망을 순차적으로 확대·신설해 왔으며, 올해에도 홍성을 포함한 7개소의 지진관측소를 신설하여 관내 25개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기초 지자체뿐만 아니라, 학교 등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다행히도 우리 지역에서는 지진관측소 부지 제공 등 원활한 협업을 통해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지역민과 학교, 방재담당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지진에 대한 교육과 홍보도 계속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기상청의 노력이 각자도생으로 지진에 대비하던 국민과 더불어 공존동생 하여 안전한 나라, 안심하는 국민, 국민 중심의 기상·지진 서비스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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