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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내 이야기처럼 와닿는 타인의 순간들… 소설같은 에세이 '숨'

모자 지음 | 첫눈

박새롬 기자

박새롬 기자

  • 승인 2018-02-23 00:00
숨
첫눈 제공
새하얀 표지에 '숨'이라는 한 글자가 보일 듯 말 듯 인쇄된 책. 범상치 않은 느낌은 책날개에서 만난 '모자'라는 작가의 이름과 '모자를 좋아합니다. 모자라서 그런가 봅니다.'라는 고백같은 인사에서도 이어진다.

'숨'은 2015년 공감 에세이 '방구석 라디오'를 통해 일상 속에서 만난 의미있는 단상과 그것들이 남기는 긴 여운, 예상치 못한 감동을 느끼게 한 작가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책이다. 작가는 우표를 사는 할아버지, 폐지 줍는 할머니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주목받지 않았던 사람들을 이야기 속으로 데려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글을 펼친다. 「시간이 흐른 뒤」 라는 글에서는 아마도 누군가의 어머니인 '그녀'에 대해 "아이는 계절마다 유치원복을 갈아입고 선생님은 매번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었지만 그녀의 옷은 변하지 않았다. 비디오 속의 그녀는 영원히 늙지 않겠지만, 그 시절 그녀는 비디오 밖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살았다"고 묘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아이가 봄 소풍을 가면 한 벌뿐인 주황색 체크남방을 잘 다려 입고, 여름이면 체크 남방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하면서" 계절을 나던 자신들의 '그녀'를 연상할 것이다.



그와 그녀로만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름이 없기에, 타인이면서도 마치 자기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덤덤한 묘사는 그들의 삶을 더 사실적으로 공감하게 한다. 모든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며, 타인에겐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스스로에겐 매순간 인생이라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던 책의 제목처럼, 분명히 있지만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을 가슴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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