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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1등만이 살길인가?

최병욱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입력 2018-02-24 21:19   수정 2018-02-26 06:28

최병욱교수
최병욱 교수
제록스라는 회사를 아시는지요?

발명과 혁신과 같은 내용을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이 잘 모른다고 한다. 제록스(Xerox)는 1959년 세계 최초로 자동복사기를 발명한 미국 회사다. 컴퓨터에 사용되는 마우스와 GUI(Grafic User Inferface)와 같은 기술도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렇게 기술혁신에 선두자로 보였던 제록스가 얼마 전에 일본의 후지필름에 인수됐다.

후지필름이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1934년 설립돼 일본 내수용 영화필름을 생산하면서 성장하면서 영화·사진 필름을 제작하고 카메라와 같은 광학기기도 생산해온 회사다. 후지필름이 뛰어난 수준의 사진 필름을 생산하기는 했으나, 사실 세계 최고의 필름 회사는 미국의 코닥이었다.

코닥은 어떠한 회사인가? 1880년 설립돼 세계 최초의 감광필름을 개발하고 1930년대 후반에 현대적인 필름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1990년대에는 일회용 카메라를 판매해 사진산업의 절대 선두주자였다. 아울러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도 개발했다.

그러나 필름시장 붕괴를 두려워해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앞서 추진하지 않고 오히려 억지로 늦추려고 했다. 디지털카메라 억제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1998년 일본의 카메라 회사들이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를 대량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필름 카메라와 필름산업은 수익성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코닥은 수익성이 떨어지자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1988년 ‘스털링 드러그’라는 제약회사를 50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했다. 제약회사가 화학 관련 기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인수했으나 실제로는 연관성이 없었기에 6년만에 매각했다.

코닥은 2005년에는 프린트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나 실패하고 결국 2012년 132년이나 유지해온 기업은 몰락하게 됐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도 보수적이거나 잘못된 경영전략에 따라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제록스가 사라진 데도 비슷한 이유가 있다. 제록스는 1980년대만 해도 자동복사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복사한다는 말을 ‘제록스 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록스도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사무기기 관련 혁신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사실 제록스는 기술개발을 매우 중요시하는 기업이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필로알토리서치센터(PARC)를 두고 다양한 첨단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 마우스와 GUI와 같은 혁신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제품 혁신을 이루지는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스티브잡스의 애플과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기술을 이용해 혁신적인 개인용 PC를 만들게 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됐다.

이렇게 세계 최초의 필름 회사와 자동복사기 회사는 세상에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단지 후발주자였던 후지필름은 필름 카메라가 거의 사라진 이 세상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코닥과 제록스를 대신하는 기업이 됐다.

이런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1등 제품이나 원천기술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다. 그런 이유로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으나 성과도출은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생각을 조금 달리한다면 기술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제대로 혁신을 이룬다면 충분히 1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점점 더 ‘1등이 모든 것을 다 가진다’(Winner takes it all)는 환경이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후지필름과 같이 제대로 된 혁신을 해낸다면 1등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반도체가 그랬고, TV도 그랬다. 원천기술의 개발과 1등의 위치가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지 못해도 제대로 된 혁신과 변화를 꾀한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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