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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의 세상만사]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

최고은 기자

최고은 기자

  • 승인 2018-03-05 09:05

신문게재 2018-03-05 21면

한국에서 유독 부정적으로 취급받는 취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만화 감상'이라고 얘기한다면 당신의 정신 연령을 훨씬 더 어리게 보거나 '오타쿠'라 칭하며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사실 '오타쿠'는 '특정 취미나 분야에 강한 전문가'라는 뜻으로 쓰인지 30년이 되어가지만, 국내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광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며 부정적인 의미만 확대되고 있다. 또한 만화를 어린이, 유아 등 낮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오락물에 한정시켜 하위 문화로 취급해 온 사회적 배경과 인식이 크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당당한 취미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애니메이션이 흔히 즐겨보는 드라마, 영화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평범한 이야기를 담은 일상물, 초능력이 나오는 판타지 액션물, 특정 사건을 쫓는 추리물 등 수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2003년 일본 MBS에서 방영한 '강철의 연금술사'는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인체 연성을 시도한 대가로 한쪽 다리와 팔, 심지어 육체 전부를 잃어버린 형제가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현자의 돌을 찾아 떠나는 판타지 모험물이다.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뛰어난 연출, 거기에 명확한 주제까지 제시하며 작품성을 갖춘 소년 만화의 정석으로 회자된다. 

 

2016년 후지TV가 편성한 '나만이 없는 거리'는 우울한 현실의 늪에 빠진 청년이 불가사의한 리바이벌 현상 때문에 18년 전으로 돌아가 같은 반 소녀의 죽음과 얽힌 연쇄 유괴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타임 루프 미스터리로 스릴러와 성장물의 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웰 메이드 작품이라 호평 받고 있다. 영화적 연출이 곳곳에 보여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2014년 방영한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천재 소년이 친구의 들러리로 나간 데이트에서 개성 넘치는 소녀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나며 달라지는 학원 성장물이 섞인 멜로물이다. 마치 실제 같은 연주 장면은 관련 직종의 전문가와 상담해 심도 있게 취재하여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상당한 완성도를 갖췄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주제를 다루며 그 내용과 작화(作畵)에 감탄을 자아내게끔 하는 고퀄리티 작품도 나오곤 한다. 사람이 구현해 낼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세계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전무결하게 나타내는 모습을 보면 만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 보는 오락물 같아서 유치하게 느껴지거나 단순히 일본 문화라서 싫다면 한 가지를 기억해두길 바란다. 한국에서 인기 많은 소년 점프 잡지사의 3대 만화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도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최고은 기자 yeonha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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