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3월 새로운 시작~

남경미(세종 감성초 교사)

오희룡 기자

오희룡 기자

  • 승인 2018-03-11 10:10
남경미사진
남경미(세종 감성초 교사)
알록달록 겉에서 보기만 해도 정감이 가는 금남면의 작은 학교!! 옛날 전래동화에 나오는 학이 머물다간 마을 그 동화 속 실제 마을에 위치한 감성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지나다니면서 바라본 정말 예쁜 학교에 첫발을 딛는 순간 '아~ 진짜 예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파트 단지들 사이의 학교에 있다가 아름다운 산이 보이고 운동장 밖으로 넓은 논과 작은 집들이 보이니 눈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어떤 아이들과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 기대 만발~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았다. 18명의 아이들과 교실에서 첫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가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눈방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애들아~ 학교에서 뭐하고 놀까? 내일은 뭐할까? 생각해 와~~" 라는 나의 첫 마디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보였다. "학교는 즐겁게 노는 곳이야~ 놀면서 배우는거야~" 학교에 등교하면 그 날 놀고 싶은 일을 칠판에 적어본다. 오늘은 그네를 타고 싶어요. 운동장에서 달리기하고 싶어요~ 작은 소망들이 칠판에 적혀있다. 하나씩 해보자!! 정말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실컷 달리기를 했다. '선생님보다 누가 빠른지 달리기해보자~~ 출발!!" 가슴이 뛰었다. 정말 달리기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1학년 꼬마들보다 내가 늦다니!!! 선생님을 이긴 아이들은 정말 신이 났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하루가 지나고 우리의 추억이 쌓이고 있었다.

봄이 되니 학교 여기저기 보이는 새로운 식물과 곤충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나보다 많은 지식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지나가는 개미들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주머니에서 꺼내어 펼쳐 보인다. "선생님 우리 집에 개미가 있었는데..." " 나는 지난번에 할머니 집에 가서 거미를 잡았는데..." 각자의 경험들이 쏟아진다. 말하기를 일부러 교육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아침 산책은 아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그냥 교실에만 있을 수 없다. 근질근질 우리 아이들이 신호를 보낸다. "나갈까?" 하는 나의 말에 아이들이 씨~익 웃는다. 야외용 돗자리 2개를 들고 현관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이 척척 알아서 야외수업을 준비한다. 옹기종기 조금 좁지만 둘러앉아서 수학도 풀고 아까 말하다가 멈췄던 국어시간 이야기도 나눈다. "지우개가 바뀌었네~" " 야 나랑 같이 풀자!! 기다려~~"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문제를 먼저 해결한 친구들은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운동장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는 것 같다. 수업이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운동장에 아이들 소리로 넘쳐난다.

나무들이 자라는 시간 우리 아이들도 자란다. 하루하루 어제보다 한걸음 더 각자의 걸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지만 자신의 발걸음이 당당하고 힘차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감성초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운 작품은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향한 하루하루가 아름답다. 올 한해 더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들로 채워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남경미(감성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