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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무교수의 행복찾기6]책 읽는 즐거움

'그 산 구석에서 요즈음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별 생각 없이 '…책도 보면서…'라고 답했더니,

입력 2018-03-12 08:50   수정 2018-03-12 08:51

노승무
노승무 전 충남대 의대학장
우리 집은 1번 국도를 벗어나서 차로 5분 거리지만 막상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산속에 지은 새집이라서인지 그 똑똑한 내비게이션도 엉뚱한 옆길로 안내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좁을 뿐만 아니라 직각으로 꺾인 부분도 세 곳이나 된다.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했거나 길가 벽돌담장에 차체를 긁힌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시 오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아내와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화만 오가고, 그 많은 텔레비전 채널에서도 약속이나 한 듯 재미없는 것만 골라서 방영하는 날이 많다. 이러니 바깥 일이 적은 겨울철 산골생활은 적막하다.

이럴 땐 역시 책을 읽는 것이 제격이다. 읽기 어려운 책조차도 수면제 역할은 충분히 한다. '그 산 구석에서 요즈음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별 생각 없이 '…책도 보면서…'라고 답했더니, 심심찮게 책을 보내준다. 특히 직접 쓴 책을 받는 경우는 소일거리 독서가 아니라 읽는 것 자체가 숙제가 되기도 한다. 꼼꼼히 읽고 감상을 전할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최근 장인성 교수로부터 자신이 쓴 '한국 고대 도교(韓國 古代 道敎)'라는 제목의 책을 받았다. 교정은 전공이 같은 부인 김인숙 박사가 했다니 공저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어떻게든 읽어야 한다, 그러나 책 제목과 300페이지가 넘는 두께를 보니, 첫 장을 여는 것이 망설여진다.

'古代 道敎'라니? 의학을 전공했던 나는 자칭 '다윈주의자'이고, 온갖 비과학적 주장을 비판하는 '스켑틱(SKEPTIC)'이라는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회의론자'이다. 물론 미신 따위는 당연히 믿지 않는다.

'한국 고대 도교'를 세세히 읽었다. 내용이 어려워서 일주일이나 걸렸지만, 이렇게 문장 하나하나에 푹 빠져서 정독을 한 것도 오랜만이다. 그래, 나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한국 사람이다. 내 DNA에 각인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정신적인 영향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났다. 책을 손에서 내려놓으면서 '조금 더 성숙한 나를 본다.' 이 역시 건방진 생각이겠지만….(충남대 명예교수/전 충남대 의대 학장)

노승무 고양이
고양이에게 영문법을 가르치는(?) 노승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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