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
  • 대전시티즌

대전시티즌, 9명이 싸운 안산에 질수 밖에 없었던 이유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18-03-12 14:04
대전시티즌
대전시티즌이 지난 개막전 부천과의 경기를 앞두고 화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이 경기 실화?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안산그리너스가 11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구단 커뮤니티네 올린 글이다. 안산은 구단 역사에 전설로 남을 만한 스토리를 남겼고 대전은 또 한 번의 굴욕 역사를 남겼다. 11일 'KEB 하나은행 K리그2' 2라운드 경기에 나선 대전시티즌은 무려 2명이 퇴장당한 안산에 2-3역전패 했다. 전반 11분 안산의 첫 퇴장 이후 수적 우위에서 80분을 공략했지만 대전이 얻은 득점은 단 한 골이 전부다. 다른 한 골은 상대팀 공격수의 자책골이었다.

경기 결과를 떠나 내용에서도 대전은 안산을 압도하지 못했다. 대전은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페드로를 빼고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활약했던 박인혁을 공격 정점에 세웠다. 박인혁은 187cm의 탁월한 신체조건에 최전방과 측면 미드필더까지 고루 소화할 수 있는 공격수로 대전 팬들도 기대가 많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본 박인혁은 무기력했다. 안산의 집중수비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안산 공격수 코네는 대전의 골문 근처를 자유자제로 오가며 대전의 수비수들을 농락했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전.후반 대전의 볼 점유율은 66%로 34%를 기록한 안산을 압도했다. 16개의 슈팅에서 골문을 향한 유효슈팅은 무려 11개였다. 하지만 숫자에 불과했다. 골이나 다름없었던 슈팅이 골대를 맞는가 하면 골키퍼 이희성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11:9라는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골을 넣지 못한 원인에는 지난 개막전에 지적됐던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 있다. 전방에 박인혁을 보고 올려준 크로스는 안산의 장신 수비벽에 번번이 차단당했다. 짧은 패스를 이용한 중앙 돌파 역시 촘촘하게 늘어선 안산의 짠물 수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고종수 감독은 "세트 피스 상황 때 뒤로 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상대가 숫자가 적어 이기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대전의 수비수들은 안산의 치밀하나 공간 침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전반 11분 이건의 동점골이 그러했고 후반 45분 역전골 상황도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개막전 첫 실점 상황 역시 볼에만 집중했던 선수들이 상대 공격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아직 두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팀의 전반적인 전술을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다만 구단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금, 경기 내용마저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점은 심히 우려스런 부분이다.

개막전날 구단의 행정을 비판했던 현수막은 원정경기장에서도 펼쳐졌다. 응원 구호마저 사라진 지금, 시티즌을 사랑했던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대전이 정작 놓치고 있는 부분은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